부담금 폭탄에 강남 재건축 ‘냉기’… 강북 재개발 ‘온기’

입력 2018-01-25 05:02
환수제 못 피한 단지 비상
대치 쌍용·문정동 찬바람
재개발은 반사이익 기대
한남3구역 3.3㎡당 2000만원↑

“부담금 탓 사업성 하락”
건설사 지방으로 눈 돌려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발표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방 재건축 단지와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 사업장이 부상하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건설사 내부에선 최대 8억원에 달하는 부담금 탓에 사업성이 떨어질 서울보다는 지방의 알짜 단지를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이 높은 호반건설은 최근 ‘대구 서구 내당동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약 716억원이다. SK건설도 1527억원 규모의 대전 ‘중촌동 1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건설도 지난 13일 ‘부산 북구 덕천2구역 재건축 사업’을 따냈고,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안산시 고잔동 중앙주공5-1구역 재건축’을 가져갔다.

지난해 강남4구 대형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10대 건설사가 각축을 벌였던 것과 달리 올 들어 규모는 작지만 알짜인 지방 사업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지난해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 당시 불거졌던 고가의 이사비 지원 논란까지 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서울 재건축 열기는 부담금 발표 이후 차갑게 식었다. 환수제 적용을 피한 단지는 값이 오르고 있지만 시공사 선정을 앞둔 대치 쌍용 1·2차와 송파구 문정동 136 재건축 단지 등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특히 최대 부담금 단지로 지목됐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시공사 입찰마감을 5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이 참여했지만 조합 측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재건축 사업의 반사 이익도 예상된다. 서울 재개발 사업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입주 가구 수가 많은 한남3구역 등이 좋은 예다. 이 지역의 경우 단독주택 매물의 3.3㎡당 시세가 지난해 말 8000만원에서 최근 1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10∼15㎡짜리 소형 매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평가다.

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 연한 변경 등 난제가 산적한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예정인 재개발 물량은 3만9868세대로, 재건축(1만6505)보다 2배 이상 많아 수요자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강북 지역 뉴타운에 대한 새 아파트 희소가치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방 재건축과 서울 재개발도 강남 재건축의 향방에 따라 인기가 순식간에 수그러들 수 있다. 25일부터 재건축 아파트 장기 보유자에 한해 입주권 양도 금지가 해제돼 시장에 매물이 늘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강남의 경우 규제 영향에서 벗어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여전한데다 집주인들도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 타 지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