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 환경미화원·배달원, 힘겨운 겨울나기

입력 2018-01-25 05:00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돼 곳곳에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24일 인천시 강화군 분오리돈대 앞바다가 꽁꽁 얼어 있다. 인천=김지훈 기자

극강 한파·최악 미세먼지 반복… 한반도 '시름'

체감기온 영하 22.6도까지
방한복 중무장도 무용지물

미화원, 마스크에 ‘상고대’
배달원도 호흡기질환 고통

구청, 보온장비 등 대책 마련
겨우내 삼한사미 지속될 듯

체감온도는 영하 22.6도였다. 24일 오전 6시 차갑게 얼어붙은 서울 동대문구 정릉천변 도로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가득했다. 추위에 진저리를 치며 종종걸음 하던 행인들은 곳곳의 빙판 앞에서 속도를 늦췄다.

곳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를 부지런히 옮기는 이가 있었다. 동대문구 소속 공무관(옛 환경미화원) 조동욱(43)씨였다. 조씨의 방한마스크는 입김 때문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오늘 같은 날은 손가락 끝까지 얼어 구부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열내의와 발열조끼, 겨울용 작업복으로 무장하고 정릉천과 경동시장 일대를 청소하는 조씨는 추위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오히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그나마 몸이 온기를 느낀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구청은 공무관에게 보온장비를 보급하고 휴식시간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면 모든 게 속수무책이다. 한 달 경력의 새내기 공무관 한성(38)씨는 아직 추위가 몸에 익지 않았다. 한씨는 동료들과 함께 오전 8시까지 안암역 인근에서 경동시장에 이르는 지역을 깨끗이 청소한다. 추위 때문에 손발이 더 빨라졌다. 한씨는 “몸은 굳어 있는데 서둘러 움직이다보면 근육통이 더 온다”고 했다.

30년 경력 공무관 이종호(58)씨도 겨울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날씨가 조금 풀리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몰려온다. 공무관들은 추위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찾아온다며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부른다. 이씨는 “매연이 먼지랑 뒤섞인 채 도로에 쌓여 호흡기와 폐가 안 좋다”며 “최악의 미세먼지까지 와서 가래와 감기를 달고 산다”고 했다.

배달업체 직원들도 올겨울이 특히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배달대행업체 강남지점장 박경원(32)씨는 “방한복과 속바지로 중무장해야 배달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며 “배달이 밀리면 두꺼운 옷을 입은 채 고층건물을 오르내리다 땀을 흘려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 감정노동 강도도 심해진다. 배달원 A씨는 15분 만에 짬뽕을 배달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평소보다 늦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맹추위 때문에 국물이 식어버렸다. 곧장 환불 요청이 돌아왔다. A씨는 “이런 날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음식을 따뜻하게 배달하기 어렵지만 고객 항의는 묵묵히 듣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서둘러 몰다가 곳곳에 있는 빙판을 만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미세먼지는 이제 기본이다. 박씨는 “기사분들이 마스크를 2∼3개씩 쓰고 다녀도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추위가 지나가도 겨울나기는 쉽지 않다. 다음 주에는 중국 동남부에 있는 온난기단이 밀려오는데, 여기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기압 등의 영향으로 한파와 미세먼지가 3∼4일 주기로 교체되는 삼한사미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