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믿을 건 주택뿐이야”

입력 2018-01-25 05:02

한은, 세대별 가계빚 분석

2013∼2016년 빚내 집 사
가계빚·주택소유 비중 확대
30∼50대는 모두 줄어

임대보증금 부채 비중 60%나
노년층 갭투자까지 나서


한국의 60대 이상 노년층에게 믿을 건 역시 집 등 실물 자산뿐이었다. 가계부채 폭증기인 2013∼2016년 사이 60대 이상에서만 유독 주택소유 비중이 늘고 가계부채 비중도 늘었으며 무엇보다 ‘임대보증금 부채’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보증금 부채란 집을 내주고 전월세를 받게 될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향후 내줘야할 보증금을 말한다. 나중에 돌려줘야 하기에 부채로 명명하지만, 이게 많으면 결국 집 장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60대 이상은 이 임대보증금 부채 비중이 60%나 돼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연금도 일자리도 부실한 한국의 60대 이상 노년층이 그나마 가진 집을 활용해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받아 생활해 왔다는 의미다. 동시에 ‘빚내서 집 사라’던 초이노믹스 시절 노년층이 이를 더 적극 수용해 이른바 ‘갭투자’까지 나섰다는 추정 역시 가능하다.

한국은행 조사국 성현국 과장과 박범기 조사역은 24일 BOK 이슈노트 코너를 통해 ‘세대별 가계부채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작성해온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미시자료를 토대로 30대는 청년층, 40∼50대는 중장년층, 60대 이상은 노년층으로 구분해 건전성을 살폈다.

분석결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주택소유 비중은 2013년 28.8%에서 2016년 31.4%로 증가했다. 30∼50대까지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60대 이상이 세대 전체에서 차지하는 가계부채 비중도 2013년 19.6%에서 2016년 23.2%로 확대됐다. 이 역시 다른 연령대와 달리 역주행 기록이다.

특히 60대 이상은 임대보증금 부채가 189조4000억원으로 추정돼 주택 실수요 금융부채(72조9000억원) 및 주택 투자용 금융부채(53조2000억원)를 압도했다. 임대보증금 부채 비중도 60%를 차지해 30대(24.6%) 40대(36.4%) 50대(42.8%)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과 확연히 다른 경향이다. 이들 국가는 40대 중반을 기점으로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한국은 55세 이상부터 다시 높아지고 있다. 노후 대비로 집을 더 사서 월세를 받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의 노년층은 저소득층 고소득층 가리지 않고 소득 2∼5분위 전반에서 임대보증금 부채가 늘어났다. 보고서는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고 상환여력이 부족한 노년층이 전월세 보증금 부채를 활용해 주택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건전성이 취약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