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국민체육공단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
정부 “적자 예상” 반발
예산 13조9136억 투입
경총, 10년 동안 32조원
경제효과 날 거라고 자신
메이저 국제 스포츠 행사
국내서 7번 개최했지만
서울올림픽만 흑자 기록
TV에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한다. 어투가 사뭇 부드럽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평화로운 축제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며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오는 9일 막을 여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광고 속으로 뛰어들었다.
광고로만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점검과 홍보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만큼 평창올림픽은 문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물론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목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평창올림픽 성공을 바라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 경제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최초 동계올림픽, 얼마나 쓸까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13조9136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가 기록한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의 돈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을 위해 소요된다. 9∼25일 개최되는 동계올림픽과 오는 3월 9∼18일 뒤이어 열리는 동계패럴림픽까지 27일간을 위한 예산이다.
지출 규모는 정부가 가장 크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8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평창올림픽의 경우 국비 규모가 이례적으로 큰 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체육 경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국비와 지방비 매칭을 5대 5 정도로 잡는데, 이번에는 국비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강원도 지역 자체 예산이 적어 국비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민간 자본도 투입된다. 기업 등에서 3조2317억원의 돈을 평창올림픽에 지출키로 했다. 자급자족 성격의 예산으로는 2조7294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 수익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원금, 각종 후원금 등을 합쳤을 때 이 정도 금액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총액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입장권 판매율에 따라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기준 입장권 판매율은 동계올림픽의 경우 69.7%, 동계패럴림픽은 70.4%를 기록했다.
쓰임새는 대부분 시설 투자비다. 우선 경기장 12곳과 개·폐회식장, 진입도로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데 2조3349억원이 들어간다. 접근성 강화를 위해 교통망 구축도 필요하다. 전체 예산의 63.1%인 8조7858억원이 새로 철도를 놓고 고속도로를 뚫는 데 쓰인다. 지난해 개통해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도 이용한 서울∼강릉 KTX 노선이 대표적이다.
대회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조직위에서 자체 조달한 비용으로 대부분 충당한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635억원 정도를 측면 지원한다.
흑자 올림픽 될까
국민이 낸 세금을 대폭 투입한 만큼 유무형적 효과를 바랄 수밖에 없다. 북한 참여를 통해 남북 대화 창구 개통이란 무형의 효과는 얻었다. 하지만 유형의 경제 효과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10년간 평창올림픽 개최 효과로 32조원의 경제 효과가 날 거라고 자신했지만 속단은 이르다. 월드컵을 포함해 7차례 메이저급 국제 스포츠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했지만 흑자로 회자되는 것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 전부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래돼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수천억원의 흑자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올림픽 이후 관련 시설의 지속적인 활용이 어떻게 이뤄지냐에 달려 있다. 과거의 실패 사례도 결국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가장 최근으로는 인천시 사례가 꼽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 당시 인천시는 자체 비용으로만 2조3500억원의 예산을 출연해 경기장 건설비와 운영비로 사용했다. 이는 인천시의 재정 상황을 옥죄는 결과로 돌아왔다. 대회 후 연간 100억원 정도의 운영적자가 인천시를 짓누르고 있다.
부수적 피해도 발생한다. 인천 문학경기장의 경우 주 고객이었던 K리그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잃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아시안게임 때 건립한 축구전용경기장으로 터를 옮겼다. 이 때문에 문학경기장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역시 비슷한 홍역을 앓고 있다. 2011년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700억원의 비용을 들여 건립한 대구 육상진흥센터의 활용도가 도마에 올랐다. 동네 배드민턴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갈리는 구조다.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 기 싸움도 그래서 벌어진다. 평창올림픽 이후 해체하는 경기장은 가리왕산에 건설한 활강 스키장 한 곳뿐이다. 환경단체의 반발로 해체를 결정한 곳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과거 실패 사례 때문에 지자체가 손사래를 들고 있다. 강원도는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반발하고 있다.
부차적 경제효과도 고려해야
경제적 효과를 꼭 시설 운용만으로 보지 않는 방법도 있다. 2002년 개최한 월드컵을 통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1992년부터 버스나 대형 트럭에 도입 가능한 CNG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최악이었던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꼽았다. 지금으로 보자면 미세먼지 대책인 셈이다. 기술개발과 달리 실제 적용은 지지부진했다. 가스라는 특성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목을 잡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월드컵을 앞둔 시기였다. 2000년 한국의 공기는 여전히 최악이었다. 아시아 9개국 중 환경지수가 꼴찌 수준인 7위에 머물렀다. 비판이 일자 정부는 기재부와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5개 부처에서 각각 관리하는 법을 일사천리로 개정했다. CNG 버스에 보조금을 주고 고압가스 충전소 설치를 허용했다. CNG 버스 보조금 등으로 나간 예산은 연간 150억원 안팎이지만 대기질은 점차 개선됐다. 사실상의 경제적 효과를 본 것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 개선 순편익으로 따지자면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흑자냐 적자냐… ‘평창 경제학’ 시설 사후관리에 달렸다
입력 2018-02-0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