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묵묵히 살아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시대다. 그럴싸한 말이나 어쭙잖은 흉내로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바로세움정립교회를 개척하고 바리스타로 ‘카페 에클레시아’를 운영하는 양광모(52) 목사의 책 ‘고백 에클레시아’(선율)에 눈길이 간 이유는 하나였다. 다들 말은 쉽게 하지만 선뜻 택하지 못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의 카페 에클레시아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길에 6평 남짓한 카페가 있었다. 사람들은 에클레시아가 헬라어로 교회라는 뜻임을 잘 모른다.
따뜻한 인상의 양 목사가 앞치마를 두른 채 인터뷰에 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 차림으로 살던 그였다. 목회자로서 그의 이력은 제법 화려했다. 1990년 분당 창조교회에서 시작해 동안교회 수석부목사, 지구촌교회 비서실장과 사역조정실장을 거쳐 2010년 정릉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하지만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본질을 추구하는 교회를 찾아 과감히 떠나기로 했다. 양 목사는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했고, 누릴 만큼 누리는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란 생각에 내려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1947년 미국 워싱턴DC 빈민가에 서점과 카페를 겸한 ‘토기장이의 집’으로 시작한 세이비어교회에 주목했다. 세상과의 접촉점으로 카페를 생각하고, 2012년 11월 바로세움정립교회 개척과 함께 카페를 열었다. 목회자로만 살았던 탓에 초창기 카페 운영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는 “처음 2년은 매일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고, 택시 운전도 했다”고 했다. 2년째 드디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바리스타와 로스터 자격증에, 미국 커피품질연구소가 공인한 커피품질평가사 큐그레이더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동역하는 목회자의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 커피 가공업체인 커피 에클도 설립, 운영 중이다.
그와 아내는 단골 12명과 단톡방 ‘에클레시아’를 통해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대부분 불신자이거나 교회에서 상처 받고 떠난 사람들이다. 매일 카페로 나와 커피를 마시고 양 목사와 대화하며 신뢰를 쌓았다. 양 목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 먼저 교회에 나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양 목사 내외의 모습을 통해 교회에 상처받았던 마음을 열고,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게 됐다고 말한다. 한 멤버는 “예배당 형식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소통하고 치유하며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페 에클레시아는 이미 교회”라고 고백했다.
지역에서 이웃과 삶을 나누는 시간은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현재 바로세움정립교회는 카페 단골이던 불교 신자가 제공한 사무실에서 25명 안팎의 성도가 모여 주일 예배를 드린다. 아내와 저녁마다 카페를 찾으며 양 목사 내외와 친구가 된 단골이다. 평생 교회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인데 확장 이전한 회사 사무실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자 아무래도 교회로 쓰라는 뜻인 것 같다며 양 목사를 찾아왔다. 양 목사는 “그분이 교회에 처음 나온 날 착한 사마리아인 설교를 듣곤 평생 그렇게 살고 싶다고 고백하고, 때때로 교회에 가서 내 마음의 주인이 바뀌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 목사는 “내가 과거엔 단에서 설교했지만 내 삶을 통해 예수를 보여주진 못했다”면서 “이곳에서 내 삶을 통해 목회자다움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더없는 결실”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바른교회론을 정립하고, 진짜 목회에 눈을 떴다고 했다. 책에는 그의 체험과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적 교회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정립한 교회론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는 “이런 삶을 몰랐더라면 더 많은 이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세속적 추구를 이어갔을 것”이라며 “이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교인은 물론 카페 단골들과 함께 지내면서 저마다 삶의 무게를 나눠지며 사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그는 “예수를 따라가는 일이 그만큼 힘든 것이 정상”이라며 “예수님이 내가 그분을 닮을 기회를 주신 것 자체가 더없는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추천사에서 “양 목사의 목회 실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책을 읽고 교회론의 재정립을 토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양 목사의 실험과 이 책이 교회론 논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저자와의 만남-양광모 목사] “하나님과 세상의 접촉점이 카페면 좀 어때요?”
입력 2018-01-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