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 때 박근혜정부 개입 의혹 관련 대법관 13명 “사실무근” 강력 반발

입력 2018-01-23 21:56

“사법부 내외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적 없다”

당시 관여한 7명뿐 아니라
대법관 전원 입장으로 발표


박근혜정부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항소심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관들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항소심 선고를 전후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요청을 받지 않았고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서도 외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은 전날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에 대해 23일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 5시쯤 입장을 발표했다. 대법관들은 “일부 언론에서 ‘대법원이 외부기관(청와대) 요구대로 특정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원심판결을 파기했다’고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원 전 원장 사건의)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는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도 했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란 법원행정처 문건은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와 관련한 BH(청와대)와 정치권, 언론을 비롯해 사법부 내부 동향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원 전 원장 사건을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2월 원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큰 불만을 표했다는 내용도 있다. 대법원은 그해 9월 “원 전 원장의 선고 결과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며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원 전 원장 사건에 대한 소부(小府·대법관 3인 이상의 재판부) 합의를 거친 결과 법령 위반의 문제가 지적됐다”며 “이 사건의 사회·정치적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관여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나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원 전 원장 상고심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2명(박병대 당시 행정처장 제외)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6명은 퇴임했다. 입장을 낸 대법관 13명 중 재직 중인 건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대법관 7명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 관여한 대법관(7명)뿐 아니라 대법관 전체의 입장”이라며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은 김 대법원장이 별도로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