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전 이기면서 자신감 붙은 듯
조코비치전 승리 확정 순간 감격
“예측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기세를 (정)현이가 이어나간다면 올해 안에 세계랭킹 톱10과 메이저대회 우승도 꿈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테니스계의 레전드인 이형택(42) 이형택테니스재단 이사장은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제자 정현(22·한국체대·세계랭킹 58위)을 대견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HT테니스아카데미를 이끌며 테니스 꿈나무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이 이사장은 23일(한국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정현과 노박 조코비치(14위)의 경기를 봤는데 보는 내내 긴장돼 손발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며 “승리가 확정됐을 때 감격이 벅차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이사장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16강에 오르며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남겼다. 또 한국 선수 최고 랭킹 기록(36위)도 가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12년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 감독으로 나서 정현을 지도,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이 이사장은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 기록이 깨지면) 어떤 기분일지 나도 궁금했었다”며 “현이가 급성장하면서 시기는 확신 못했지만 조만간 내 기록을 무조건 깰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아낀 현이가 한때 무적으로 불린 조코비치를 이긴 것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아직까지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현의 상승세에 대해 이 이사장은 “현이가 32강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를 이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은 거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적 부분뿐 아니라 정신적 부분도 중요한데 이제 조코비치까지 이겨 누구랑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97위)과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을 치른다. 이후 4강에선 로저 페더러(2위), 결승까지 간다면 라파엘 나달(1위)과의 대결 가능성이 높다. 이 이사장은 “최고의 스타들이지만 나이가 많은 페더러나 나달이 현이의 상승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현이가 하던 대로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하면 페더러나 나달도 생각지 못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이사장은 “연초에 열리는 호주오픈부터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올해 현이가 세계랭킹 10위 안까지 진입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영국의 베팅업체 월리엄힐은 정현의 우승 배당률을 12/1로 예상했다. 8강 진출자 중 4 번째로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통상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확률이 높다. 페더러가 6/5의 배당률로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혔다. 나달이 2/1, 그리고르 디미트로프가 13/2으로 뒤를 이었다. 정현의 8강 상대 샌드그렌의 배당률은 50/1로 우승 확률이 최하위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이형택 “정현의 메이저 우승, 꿈만은 아니다”
입력 2018-01-23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