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가 국내 첫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한다.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 23명을 전원 흡수하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긴 것은 환영할 일이라는 게 체육계의 목소리다. 다만 아직 훈련장소나 시합 일정 등도 정해지지 않아 최근 남북 단일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조처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3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평화유산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실업팀을 창단한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초중고 대학 팀은 물론 실업팀 하나 없는 불모지다. 1998년 처음 꾸려진 국가대표팀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유일한 팀이었다. 선수들은 소속팀이 없어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국제대회 일정이 있을 때만 대표팀에 소집돼 왔다.
수원시는 현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모두 흡수해 올 하반기에 실업팀을 꾸리게 된다. 또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 연간 15억원 가량의 경비를 지원하며, 창단에 필요한 초기자금 일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수원 영통구 하동 일원에 건설 중인 ‘수원 복합체육시설’ 내 국제규격 아이스링크는 선수 전용 훈련장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완공 전까지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스하키협회와 협의하고 있다.
실업팀을 창단해도 국내리그가 없어 선수들이 당장 경기를 할 수 없다. 수원시는 남자 실업팀처럼 주변 국가와 통합리그를 만들어 참가하거나 국내 남자 중고교 리그에 출전시키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염 시장은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생계를 위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로지 스포츠 정신으로 ‘빙판의 우생순’을 꿈꾸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함께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女아이스하키 첫 실업팀 생긴다… 대표팀 23명 전원 흡수
입력 2018-01-23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