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보기를 쇠같이 하라?… 오펜하임 유작을 ‘고철’ 처리

입력 2018-01-24 05:05

해운대구, 설치미술 거장 오펜하임 유작 고철 처리 물의

미술계·유족에 고지 안해
해외언론 등 거센 비난


부산 해운대구가 세계 설치미술의 거장인 데니스 오펜하임(미국·1938∼2011)의 유작을 철거한 뒤 고철로 처리해 미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해운대구는 최근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사진)를 철거해 고철로 처분했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국제공모를 거쳐 2010년 12월 국·시비 8억원을 들여 설치했으며, 오펜하임이 2011년 1월 암으로 사망하면서 그의 유작이 됐다.

이 작품은 이후 태풍 등의 영향으로 곳곳이 파손되고 녹이 스는 등 흉물처럼 변하자 일부 시민들이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구청 측은 작품이 있던 곳에 휴게시설을 설치키로 하고 작품을 철거했다. 구청 측은 미술계와 오펜하임의 유족 측에 철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철거하거나 이동할 경우 전문가의 자문을 받거나 원작자나 가족에게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반발했다. 해외언론과 미술계, 오펜하임 유족 등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운대구는 “주민들의 철거 요청 민원이 많았고 지난해 미술협회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등에 철거의사를 밝혔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