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조윤석] 자동차 매연이 문제다

입력 2018-01-23 18:21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 상암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의 연기가 참 얌전하게도 꼭 그만큼만 올라와 꼼짝도 않고 있다. 거의 움직임이 없어 동영상을 찍으면 정지화면 같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은 아프고 눈은 따가운 요즈음, 전엔 봄에 며칠 잠깐이면 지나갔는데 이제는 겨울에도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새들에게 국경이 없듯 공기와 바람도 국경이 없다. 미세먼지는 그 공기와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나든다. 숨 쉬지 않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너, 나 없이 모두에게 고루 배달한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차량 2부제를 하겠다고 한다. 미세먼지를 안 마시려면 차를 타야 하겠고 또 차를 타면 미세먼지가 발생하니 이거 참 곤란한 일이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을 빼면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자동차와 보일러가 만든다고 한다. 이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틀지 말라고는 할 수 없으니 자동차를 줄이자는 게 합리적인 생각 같지만 그래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계산해 본다. 서울시 1일 자동차 운행대수는 약 250만대(교통수송분담률 23%), 배기량 2000㏄, 도심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20㎞, 평균 분당회전수 1200회로 가정하면 일반적인 자동차가 4기통 4행정으로 2ℓ의 배기가스를 분당 600번 배출하게 되고 1시간이면 7만2000ℓ가 된다. 이 배기가스 7만2000ℓ는 대략 아파트 큰방 3개 정도의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자동차 1대당 3개의 방을 채운다고 하니 서울시에서 하루에 운행하는 차량 250만대에 3을 곱하면 750만 개의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배기가스가 하루 만에 만들어진다. 이것을 다시 면적으로 환산해볼까. 750만 개에 방 1개의 면적 10㎡를 곱하면 7500만㎢가 된다. 서울시 전체 면적이 약 605만㎢니까 대략 서울시 면적의 12배가 넘는 공간을 순전히 자동차 매연만으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최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논의되고 있는 차량 2부제의 실효성이 있다 없다를 떠나 공개된 데이터들을 갖고 잠깐 계산해봐도 우리가 매일 몰고 다니는 자동차 배기가스의 엄청난 양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어마무시한 자동차 매연을 시베리아의 깨끗한 바람이 싹 날려주면 다행이겠지만 이 북서계절풍의 힘이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 같지 않다. 대기의 온도차가 심할수록 기압차가 발생해서 바람이 세지는데 북극의 얼음이 녹고 공기가 따뜻해져서 한반도의 겨울에 불어 내려오는 북서계절풍이 약해지거나 아예 안 부는 날이 많아졌다. 다시 말하자면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많아져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온도가 올라간 만큼 비례해서 북극얼음이 녹아버리니 북극의 영향을 받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된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북서 계절풍도 약해지니 한반도 상공의 정체성 고기압이 발달해서 눈이 오는 날도 적어지고, 바람도 적어지니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겨울에까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서울의 열두 배 크기의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자동차로 인한 매연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생산된다는 사실에 서울이 마치 창 없는 방처럼 답답하게 느껴진다. 문득 미세먼지가 심한 날 자동차를 운전해 매연을 내뿜는다는 것이 사람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를 뀌는 것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가 마려우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살짝 뀌고 모른 척한다. ②뀌고 나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③다음 층에 내려 뀌고 다시 탄다. ④끝까지 참는다. 나 같으면 3번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일은 계단을 이용할 때 마렵든가 더 좋은 일은 아예 방귀가 마렵지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삭풍’이란 단어를 들어 본 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