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은퇴 목회자를 위한 마을 공동체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가칭 패스터스 빌리지(Pastor’s Village)로 명명한 이 마을은 원로목사 제도가 없는 기장 총회로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총회 본부에서 패스터스 빌리지 건립을 위한 첫 번째 대화 모임을 가졌다. 총회는 조만간 이 일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기장 총회는 ‘원로목사’ 제도가 없다. 원로목사 제도는 교회에서 위임목사(노회로부터 해당 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도록 위임받은 목사)로 20년 이상 사역한 경우 교회가 목회자의 은퇴 이후 예우를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아예 제도가 없다 보니 목사들이 70세(65세부터 자원 은퇴 가능)에 은퇴하고 나면 생활이 막막하다. 교회들은 일반적으로 퇴직금 외의 예우를 하기 어렵다. 살 집이 없는 경우도 많다. 기장 총회는 연금재단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목회자가 월 110만원을 받는다.
기장 총회가 은퇴 목회자를 위한 마을 공동체를 기획하는 건 교회와 은퇴 목회자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교회는 교회대로 고충이 크다. 목사가 거처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은퇴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사들도 총회가 마련한 공동체 마을이 있다면 은퇴를 결정하는 게 수월해진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만큼 도시에서 살 때보다 생활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기장 총회는 마을 건립을 위한 부지 마련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회 소유의 부동산도 있고 산하 기관의 부동산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천 기장 총무는 “패스터스 빌리지는 기장 총회가 교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면서 “교단의 존립 이유는 공교회들이 건강성을 지키도록 돕는 것이고, 또 목회자 양성과 재교육을 비롯해 목회자들이 죽을 때까지 걱정 없이 살도록 돕는 것이 교단이 할 일”이라고 했다. 단순히 은퇴 목회자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이 아니라 교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이 총무는 “장기 사업으로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본다”면서 “궁극적으론 은퇴 목사들만 사는 실버타운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어울려 사는 독립적 생태 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기장, 은퇴 목회자 위한 마을 공동체 만든다
입력 2018-0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