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女 아이스하키 감독 “北 선수 출전 지시 내려와도 따르는 일 없어”

입력 2018-01-22 21:03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새러 머리 감독이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지휘하게 된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머리 女 아이스하키 감독 기자회견

“북한 선수들 오면 최대한 빨리
그들에 맞는 플레이북 나눠줄 것
우리는 우리의 목표에 집중해야”

새러 머리(30·캐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22일 남북 단일팀을 이끌게 된 데 대해 “지금은 (급작스런 단일팀 결성에 대해) 화낼 시간이 없다. 올림픽에만 집중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 활용과 관련,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며 단일팀에 합류할 12명 전원을 쓰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머리 감독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전략적인 부분보다 팀을 만들어 가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남북 단일팀은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해 35명으로 구성된다. 또 경기에 나서는 출전 엔트리 22명 중 북한 선수 3명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우리 선수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매 경기마다 우리나라 선수 3명이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머리 감독은 ‘정부에서 단일팀 명분상 북한 선수 12명에게 고르게 기회를 주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단일팀에 관한 전권을 내가 가진다고 거듭 확인을 받았다”며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따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만 경기에 뛰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북한 선수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조기합류를 촉구한 뒤 “우리 선수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플레이북이 있다. 북한 선수들이 오면 최대한 빨리 그들에게 맞는 플레이북을 나눠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수들에게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는 생각도 전했다. 머리 감독은 “역사상 최초로 단일팀이 만들어진 것은 감명 깊지만, 원래 준비했던 23명의 선수들이 모두 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인 목적에 우리 팀이 활용되는 상황이 힘들지만, 그것은 우리보다 큰 문제다. 선수들에게 그런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