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이상 가구 상위 10%’ 모호
아동 없는 가구도 포함돼 있어
소득 기준 판단은 또 달라
소득뿐 아니라 재산도 포함
국회서 또다시 논란일 듯
복지부 “의원들 설득할 것”
0∼5세 아동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시행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원대상 배제(상위 10%) 기준이 여전히 명확지 않다. 애초 여야 합의문 문구가 모호한 데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상위 10%에도 아동수당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부처가 합의문을 나름대로 해석해 시행을 준비하는 터라 향후 국회에서 또다시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지난해 말 통과된 아동수당 관련 여야 합의문에서 상위 10% 기준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2인 이상 가구 소득 상위 10%’라는 문구 때문이다. 2인 이상 가구에는 0∼5세 아동이 없는 가구도 포함돼 있다. 결국 입법부의 합의안 취지가 2인 이상 가구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동수당 대상 가구를 뜻하는지, 아동수당 대상 가구 중 상위 10%를 의미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해석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배제 범위는 달라진다. ‘2인 가구’라는 기준을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아동수당에서 제외되는 가구는 더 줄어든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2016년 소득기준으로 전체 아동수당 대상가구 중 약 6%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아동수당 대상가구 중 상위 10%로 볼 경우 영유아 자녀를 둔 205만 가구 중 10%인 약 20만 가구가 배제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합의문 문구를 그대로(2인 이상 가구 중 상위 10%) 해석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대상 가구를 추려내기 위한 복지부의 연구용역도 이런 판단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득 기준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르다. 단순히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자동차, 주식 등 다른 재산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땅 부자도 있고, 주식 부자도 있는데 단순히 소득만 가지고 선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한 한 문구 안에서 상이한 해석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상위 10%를 선별하는 작업이 복잡해지면서 소요되는 행정비용만 더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인 이상 가구 소득수준 데이터를 비교하는 작업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작업까지 필요하다. 정확한 소요예산을 뽑으려면 각 가구에 0∼5세 아동이 몇 명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선별비용이 770억∼1150억원 들 수 있다는 추계를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 상위 10%를 배제하는 안이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상위 10%에도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구윤철 예산실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급대상 선별에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제도의 보편적 성격 등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아동수당 시행 8개월 앞으로… 지급기준도 못정한 정부
입력 2018-01-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