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선생 복통 호소하다
“행군 참여” 부대 빠져나와
장준하 선생 병적전시명부도
“독립유공자 포상 근거자료”
1940년대 ‘학도지원병’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한 조선인 청년들의 피해 내용이 정부 보고서를 통해 첫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과거사업무지원단과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공동 수행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정부가 강제 동원된 학도병에 관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학도병으로 동원된 조선인은 4358명으로 추정됐을 뿐 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 행안부 측은 “발굴한 자료 중에는 전선에 배치된 이후 탈출해 광복군 등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분들의 기록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향후 독립유공자 포상의 근거자료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동원 대상자 6203명 중 4358명이 군인으로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전체 대상자의 70%가 동원된 것으로 실질적인 강제 동원이었다는 지적이다. 학도병을 거부한 청년들은 군수공장에 보내졌다.
보고서에는 고 김준엽(전 고려대 총장)·장준하 선생의 탈출과정도 소개됐다. 김준엽 선생은 1994년 1월 20일 입영해 보병으로 중국 서주(西州)에 배치됐다. 같은 해 3월 복통을 호소하던 그는 “행군에 참여하겠다”며 부대를 빠져나와 광복군에 합류했다. 당시 일본군은 중국 측에도 수색을 의뢰하고 밀정까지 파견했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 보고서에는 일본군이 작성한 김 선생 탈출 및 수색도면도 공개됐다. 이 도면에는 시간대별 김 선생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선도 표기돼 있다.
장준하 선생의 ‘병적전시명부’도 발견됐다. 장 선생은 1944년 강제징집됐다가 같은 해 7월 서주에서 탈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장 선생 역시 광복군에 입대해 투쟁하다 광복을 맞이했다. 행안부 과거사업무지원단 관계자는 “일본이 과거에 우리나라에 끼친 강제동원 피해를 사실대로 밝혀내야 한다”며 “앞으로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 보고서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일제 학도병 4358명 강제동원… 정부보고서 첫 발간
입력 2018-01-22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