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카메라, 교도소 담장을 넘다… ‘감방 이야기’ 열풍, 왜?

입력 2018-01-23 05:05
최근 종영한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위쪽 사진)과 지난 19일 첫선을 보인 JTBC의 ‘착하게 살자’.각 방송사 제공

지난해 인기 끈 ‘피고인’이 물꼬
드라마 소재로 잇따라 등장
체험기 다룬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가에 ‘교도소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소자의 기구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교도소 콘텐츠가 방송가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도소를 다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방송은 지난 18일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tvN)이었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11.2%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슬기로운…’은 일반인에게 미지의 세계인 교도소에서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는 최근 1년 사이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3월 방영된 ‘피고인’(SBS)은 사형수 신세로 전락한 검사가 교도소에서 탈옥해 복수에 나선다는 줄거리를 앞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고 시청률이 28.3%까지 치솟았다. 현재 방영 중인 ‘의문의 일승’(SBS)에서도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비중 있게 다뤄졌었다.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의학 드라마 ‘크로스’(tvN)의 배경도 교도소다.

교도소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교도소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어서다. 이들 프로그램이 안방에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급기야 지난 19일에는 연예인들의 교도소 체험기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까지 전파를 탔다. ‘대한민국 최초 사법 리얼리티’라는 슬로건을 내건 ‘착하게 살자’(JTBC)다.

‘착하게 살자’ 첫 회에서는 연예인들이 ‘투명 화장실’에 낯설어하거나 교도소 음식에 신기해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출연자들은 입소를 앞두고 신원 확인 절차를 밟았고 신체검사도 받았다. 배우 박건형은 항문검사를 받은 뒤 “온몸이 인수분해 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인 유병재는 “이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교도소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범죄를 미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착하게 살자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항의성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 의도를 모르겠다”거나 “방송을 보면서 불편했다”는 내용이 많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증이 있던 상황에서 드라마 피고인이 큰 성공을 거두자 관련 콘텐츠가 계속 쏟아지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소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으려 하거나 교도소의 삶을 장난스럽게 그려선 절대 안 된다”며 “이런 시도를 했다가는 ‘범죄 미화’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