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주장·소통… 선수들의 SNS는 스트레스 해방구

입력 2018-01-23 05:00
이상화 트위터
심석희 인스타그램
이상화 ‘좋아지다’ ‘기대해’ 등
일생일대의 무대를 준비하는
선수들 솔직한 표현 공간 활용

“스트레스 호르몬이 최고치가 되는 오전 6시에 새벽운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선수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늦게 자고 있습니다.”

지난달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사는 선수들의 바이오리듬 이야기가 토론 주제로 테이블에 올랐다. 새벽운동에 따라 좋은 성적을 거둔 유도 종목의 사례 등이 언급됐지만, ‘야행성’이 된 선수들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한 위원은 “진천선수촌 10대 과제에 관련 건이 다뤄지고 있다”며 “훈련량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훈련방법도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젊은 운동선수들은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통한 기사 검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몰두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는 SNS에 “좋아지고 있다” “기대해” 등의 말을 남겨 왔다. 팬들은 이상화의 SNS를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는다.

스포츠 선수들의 SNS에 밝고 희망찬 다짐만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여자 쇼트트랙의 기대주 심석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어두운 공간에 등불이 하나 켜진 사진을 게재했다. 폭행 사건 이후 이 사진이 심석희의 올림픽 스트레스를 표현했다는 해석이 커졌다.

여자아이스하키의 이민지는 “잃을 것이 없는 제가 목소리를 내볼까 합니다”라며 SNS에 단일팀 논란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젊은 선수들이 SNS 공간에서 팬들에 대해 날선 말을 쏟아내거나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들을 표출해 문제가 됐다. 선수단의 내규에 SNS 사용 금지가 포함됐던 구단도 있다.

체육인들은 “요즘의 SNS는 선수들에게 물이나 공기 같다”고 진단한다. 선수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행위를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SNS를 통한 선수들의 상호작용이 유대감과 공감을 돕고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한다.

일생일대의 무대를 준비하는 올림픽 대표 선수들에게는 두려움을 토로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의 1인자였던 이강석은 올림픽을 앞둔 시기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스케이트장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운동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TV를 보는 삶만 계속하며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런 게 두렵다고, 솔직히 말할 공간이 가끔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