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형호] 혁신성장과 상생협력

입력 2018-01-22 17:33

세계 경제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민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신산업 육성, 세제 개혁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당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작년 기준 3%대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정부는 지속적인 3%대 성장을 위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큰 축으로 삼아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해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혁신성장은 공급 측면에 방점을 두고 벤처 창업,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신성장 산업 육성 등으로 성장을 이끌어가는 전략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신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슘페터는 일찍이 “기업에는 내부로부터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혁신이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혜안처럼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일수록 혁신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에게 기업가의 혁신을 독려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방식을 답습해서는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 혁신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도생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상생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때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기업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슘페터 시대의 혁신은 신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개발하는 각자의 역량에 집중됐다. 하지만 오늘날 혁신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간 융복합, 생산 조직의 개선 또는 새로운 협력관계의 정립 등을 포함하는 네트워크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변화된 경제 환경에 맞춰 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이끌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협력재단에서는 2011년부터 도입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을 작년 말 개정해 시행 중이다. 이 기금은 내국법인이 협력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협력재단에 출연하는 것으로 2017년 말 현재 7630억원이 출연돼 있다. 정부는 2016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공제율을 종전 7%에서 10%로 확대하고 기금사용 목적도 연구·개발, 인력개발, 생산성 향상 등 5개 분야에 국한하던 것을 폐지해 보다 광범위한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확대했다. 또한 금년부터는 사내유보금으로 출연 시 해당 출연금에 대해 3배의 가중치 적용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해 상생기금을 대폭 확충한다면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수 인력 충원과 스마트공장 도입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재단과 함께 혁신성장을 위해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 판로 개척, 인력 개발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투자재원 조달, 성과공유제 및 상생결제 시스템 확산, 협력이익배분제 도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노력들은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며, 나아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촉진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급변하고 있다. 전통적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복합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기존 방식에만 안주하면 낙오하게 된다. 특히 혁신성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다양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간 상생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대기업·공기업·중견기업의 인식 전환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형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