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정부 관계자와 외국인들이 주로 묵는 호텔에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밤새 인질극을 벌였다. 미국 정부가 카불시내 호텔 테러를 경고한 지 이틀 만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연계 조직 하카니가 벌인 것으로 파악된 이번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아프간 내무부는 21일 오전 11시20분쯤(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가 범인 4명의 죽음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괴한들이 전날 밤 9시쯤 카불 최대 호텔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들이닥친 지 약 12시간 만이다.
내무부는 성명에서 “아프간 경찰특공대가 테러범들을 사살하고 외국인 41명을 포함해 153명을 구출했다”며 “불행히도 외국인 1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하카니 테러 조직이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1969년 문을 연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지상 6층 건물로 정부 관계자와 공식 초청받은 내외빈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다. 2011년 탈레반이 이 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21명이 숨지기도 했다. 괴한들이 들이닥칠 당시 호텔은 투숙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호텔에서는 지방정부 주재 IT 콘퍼런스가 진행 중이었다.
대치 상황이 밤 12시를 넘기는 동안 호텔 주변에는 구급차들이 대기했고 헬기와 감시용 드론이 상공을 날며 상황을 주시했다. 중화기를 장착한 미군 장갑차도 출동했다. 치안 당국은 21일 통틀 무렵부터 본격적인 진압 작전을 벌였다. 군경이 호텔에 진입해 대부분 구역을 확보하면서 100여명이 먼저 구조됐다. 괴한 2명이 먼저 사살됐고 나머지 2명은 꼭대기층에서 인질을 붙잡고 마지막까지 저항했다고 당국자들은 언론에 설명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 18일 극단주의 단체가 카불시내 호텔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제보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이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호텔은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다른 호텔이었다.
아프간은 지난해 말부터 부쩍 잦아진 테러로 대규모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카불 시아파 이슬람 종교센터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40여명이 숨졌고, 사흘 뒤에는 동부 낭가르하르주 장례식장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수십명이 사망했다. 지난 4일 카불의 시장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탈레반 연계조직, 카불 호텔서 밤샘 인질극… 최소 6명 사망
입력 2018-01-21 19:08 수정 2018-01-21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