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법원 “기감 감독회장 선거 무효” 판결… 감리교 내홍 불가피 교회연합운동까지 타격

입력 2018-01-22 00:01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교정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 조형물.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무효 판결 앞에서 저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나아가는 신앙인의 자세를 되돌아볼 때다. 국민일보DB
전명구 목사가 2016년 9월 27일 감독회장에 당선된 직후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에 차려진 선거 종합개표상황실에서 웃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전명구 목사가 감독회장으로 뽑힌 2016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거가 무효라는 판결이 지난 19일 내려졌다. 이에 따라 기감 내부에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은 물론 교회연합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독 제도를 가지고 있는 기감은 감독회장이 지도력의 핵심이다. 이번 판결로 감독회장 유고가 확정될 경우 교단 전체가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잖아도 기감은 본부 행정기획실장과 사무국, 선교국 총무가 공석으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교세 위축으로 올해 본부 예산을 지난해 대비 20% 감액하는 등 내핍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감독회장 선거 무효 악재는 일파만파 충격을 주고 있다.

기감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따르면 감독회장 직무 정지가 확정되면 감독들 가운데 연장자가 30일 이내에 총회 실행위원회를 소집해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한다. 이미 기감 내부에선 직무대행에 출마하겠다는 인사도 여러 명이어서 격돌이 예상된다. 항소 여부도 실행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 기감 본부는 21일 현재까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기감 관계자는 “선거무효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며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 감독회장은 내심 교단이 나서서 항소를 결정해 주길 바라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일 전 감독회장은 임시 감독회의를 소집해 항소를 포함한 후속대책 마련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회의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회의에서는 판결을 수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두고 ‘즉각 항소’와 ‘감독회장 재선거’ 등에 대한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들은 판결문이 나온 뒤 다시 논의하자는 신중론을 폈다. 판결문은 22일 송달된다.

교회연합운동 관계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감 감독회장이 교회연합사업에서 가지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회의 주축도 전 감독회장이다. 공동대표 체제이긴 하지만 출범 초기,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사가 빠질 경우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당장 4월 1일 열리는 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도 전 감독회장으로 내정돼 있다.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 관계자는 “기감의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론 제3의 인물을 물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감이 분담해야 할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회비가 미지급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감은 NCCK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회비를 담당하고 있다. 만약 감독회장의 공석으로 기감 총회가 회비 지급을 늦출 경우 NCCK는 운영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충격 속에서도 교단들은 신중한 반응이다. 판결 직후 예장 통합 관계자는 “기감 총회가 공식적으로 어떤 발표도 하지 않는 만큼 기감의 대표는 여전히 전명구 감독회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현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고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합의부(재판장 이수영)는 지난 19일 성모(새소망교회) 목사가 기감을 상대로 2016년 12월 낸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에 대해 ‘선거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성 목사는 2016년 9월 진행됐던 감독회장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목회 연한 25년이 안 돼 피선거권이 없는 데도 후보자로 나왔고, 서울남연회 평신도 312명이 선거권 없는 상태에서 투표했으며, 당시 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금권선거 논란 등을 고발했는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묵인했다고 주장하며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직후 성 목사는 “당시 선관위가 금권선거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제기할 때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무시했다”면서 “선거 관리 절차에 흠결이 있었다는 게 이번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 목사는 현재 법원에 전 감독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해놓은 상태로 선거무효 판결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창일 구자창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