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사전점검단이 21일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들은 곧바로 KTX를 타고 강릉으로 가 공연장과 각종 시설을 둘러봤다. 갑자기 나타난 현송월 일행 때문에 서울역에 있던 일반 시민들이 깜짝 놀랄 만큼 남북의 실무작업은 속도가 빠르다. 이틀 후에는 남북 스키 공동훈련을 준비하는 우리 선발대가 동해선 육로를 따라 북한에 간다. 북측 선수단 및 응원단의 숙박장소 등을 점검할 북측 선발대도 이번 주 중에 올 것이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신속한 일처리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마냥 질주하는 모습은 위태롭다. 평창을 선전장으로 이용하려는 북한의 뻔한 의도를 시간이 부족하다며 받아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현송월을 보내겠다고 했다가 취소하고, 또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일방적인 통지를 받기만 했을 뿐이다. 체제 선전을 위해 현송월을 내세웠다가 김정일·김정은 부자와의 사적인 인연이 부각될 것을 걱정했다는 추측이 무성하지만 북한은 최소한의 공식 설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마식령스키장에서의 스키팀 공동훈련이 진행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마식령스키장에 있는 스노모빌과 제설기 등 고가의 장비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사들인 것이다. 안보리는 김정은이 사치품을 측근에게 나눠주는 선물통치를 막기 위해 이 결의안을 채택했다. 합의한 일을 되돌릴 수 없겠지만 정부가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차분하게 이해를 구하는 대신 귀를 막고 질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최악의 인기 없는 대회로 기록될 올림픽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냈는데 무슨 소리냐’ ‘성의와 아량을 모독하고 존엄 높은 체제까지 걸고들며 대결을 고취하고 있다’라고 남한의 언론을 탓하며 비상식적인 억지를 쓰는 중이다.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남북이 어렵게 대화를 시작해 불과 1개월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관계의 진전을 이룬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묻지 마’ 식의 남북교류는 곤란하다는 우려와 비난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가 젊을수록 북한의 인권탄압과 1인 숭배를 혐오하는 정도가 심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환호하기보다는 선수 선발에서의 공정함을 묻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를 살펴야 한다. 통일은 무조건 선이라는 옛날 생각에 빠져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하면 심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설] 국민과의 소통 없이는 남북평화 구축 어렵다
입력 2018-01-21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