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 대통령에 ‘남북대화 자신의 功’ 공표 요구했다”

입력 2018-01-22 05:02
사진=청와대 제공, AP뉴시스

WP, 이달 초 통화내용 보도
文 대통령 신년회견서 언급
“대통령님” “재인” 상대 호칭

하원의원 33명, 트럼프에 서한
北과 군사당국 소통 재개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남북 대화의 환경을 만든 공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계획을 설명하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에 동의하면서 남북 대화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 돌리라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을 ‘재인’이라고 불렀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님(Mr. President)’이라고 호칭했다고 WP는 전했다.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내가 북한에 대해 단호하고 강하게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펴지 않았다면 남북 대화가 열릴 수 있었겠느냐”고 자랑했다. 문 대통령도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공이 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이행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이 오는 27일 하와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한편 로 칸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미 연방 하원의원 33명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북한 군사당국 간 소통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핵전쟁과 같은 더 큰 충돌로 확대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미국과 북한 군사당국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원들은 또 “남북 대화가 2년여 만에 이뤄지고 남북 간 군사 핫라인을 재개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뒤 “이런 것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