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분위기, 엉성한 전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리뷰

입력 2018-01-22 05:02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시작했다. 러시아 연출진이 한국으로 날아와 작품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과는 다른 무대와 안무로 러시아 뮤지컬만의 신선한 분위기는 자아냈지만 엉성한 전개가 몰입을 방해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키워드는 사랑과 행복이다. 고위 정치가 카레닌(서범석 황성현)의 아내 안나(옥주현 정선아)와 브론스키(이지훈 민우혁)는 무도회장에서 첫눈에 반한다. 안나는 감정에 충실해 브론스키를 따라간다. 남편과 아들, 사회적 시선은 뒤로 한 채로.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안나는 결국 고뇌하다 파국을 맞게 된다.

기초 예술이 탄탄한 러시아 작품답게 다양한 음악 안무 영상 조명이 한데 조화를 이룬다. 무대는 러시아 겨울 도시의 분위기를 풍긴다. 배우들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무대를 가르고 영상과 무대 효과를 통해 눈보라가 내리는 풍경이 연출된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발레가 중심이다. 주·조연을 비롯한 앙상블 배우들은 발레와 왈츠 등 다양한 춤을 선보인다.

기차역은 극이 시작되고 종결되는 상징적 장소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처음 만나는 곳이고, 안나가 고뇌 끝에 세상을 등지는 곳이기도 하다. 만남과 이별 또 삶과 죽음이 교차된다. 작품은 기차를 영상과 음향, 무대 세트로 표현한다. 철길 위를 폭주하는 기차는 격정적인 감정에 둘러싸인 인간의 삶을 드러낸다. 사랑으로 볼지, 욕망으로 볼지는 관객 몫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매끄럽지 않은 전개다. 주요 대목에서 감정선이 끊긴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브론스키가 일에 몰두하면서 안나를 향한 애정이 식는 부분. 모든 걸 포기하면서 그토록 사랑했던 둘의 관계가 충분한 전개 없이 식는다. 초반부에 둘이 한눈에 반하는 장면도 무도회 참석자들이 안나의 미모를 극찬하는 것 외에는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전개는 다소 거칠지만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커튼콜 때 배우들은 프롤로그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부르면서 주제 의식을 강조한다. ‘행복’이란 단어가 담긴 곡이 울려 퍼진다. 온갖 종류의 구속과 장애를 뿌리치고 사랑을 좇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을 위한 삶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