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는 수사고… 靑, MB에 ‘평창 초대장’ 보낸다

입력 2018-01-19 17:24 수정 2018-01-19 22:57
사진=뉴시스

전직 대통령 내외·5부 요인
올림픽 개막식 초청 확정
盧·全 전 대통령은 제외

‘정치보복 vs 분노’ 갈등 관련
文 대통령과 대면 여부 관심
수사 속도내면 참석 힘들 수도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정치보복을 주장했던 이 전 대통령, 이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도 안 돼 대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당사자인 만큼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 및 5부 요인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키로 확정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19일 밝혔다. 조직위는 평창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이미 VIP 초청 명단을 청와대에 보고한 뒤 초청 대상을 조율해 왔다. 조율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 전 대통령 제외 관측이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전 매뉴얼상 전직 대통령 내외와 5부 요인은 초청 대상에 모두 포함된다”며 “당사자가 피치 못하게 불참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참석을 요청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중 참석이 가능한 사람은 이 전 대통령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어(囹圄)의 몸이고,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돼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 김영삼 대통령 빈소에서 조우한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만나게 된다. 문 대통령은 2009년 5월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엄수된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만났다. 당시 백원우 민주당 의원(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어디서 분향을 하나. 정치적 살인”이라고 항의하자 상주 역할을 하던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 마음은 백 의원과 꼭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상주이고, 이 전 대통령은 문상차 왔기 때문에 예의를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백 비서관을 장례식 방해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만난다면 9년 전과 뒤바뀐 입장에서 만나는 셈이다. 검찰 수사도 이 전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참석 변수로 꼽힌다. 평창올림픽 전까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낸다면 이 전 대통령의 참석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참석 여부에 대해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기 대선 탓에 전직 대통령들과 외빈들을 취임식에 초청하지 못했다. 취임 이후에도 전직 대통령들과 회동한 적이 없다. 올림픽 개막식에 전직 대통령이 불참한 전례는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중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했지만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노태우정부는 전 전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5공 청산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과 여론 악화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참했다. 전 전 대통령은 개막식 두 달여 후 백담사로 유배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