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처음으로 한 법정 섰다

입력 2018-01-19 18:37 수정 2018-01-19 21:58
왼쪽부터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박근혜정부 실세였던 ‘문고리 3인방’이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나란히 법정에 섰다. 권력실세에서 구속 피고인 신세로 전락한 이들은 서로를 힐끗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9일 열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국고손실) 등 공판에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조우했다. 안·이 전 비서관이 마지막으로 법정에 들어선 정 전 비서관을 향해 눈길을 줬으나 이후 세 사람은 각자의 변호인과 이야기 나누며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매달 5000만원에서 2억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오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특활비 상납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오씨는 “불법성을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치사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씨에 따르면 2013년 5월 남 전 원장이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국정원 특활비 일부를 보내 달라고 한다”고 오씨에게 말을 꺼냈다. 남 전 원장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아무리 ‘그놈(비서관)들이’ 형편없고 나쁜 놈들이라 해도 대통령을 속이고 나를 농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금 5000만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오씨는 “일회성 상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청와대가 정기적으로 요구하자 기분이 나빴다”고도 증언했다. 이어 “창피한 일이라 돈을 전달할 때도 종이상자에 넣어 알아볼 수 없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