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설움 기간제교사 ‘쪼개기 계약’에 두 번 운다

입력 2018-01-19 18:36

최근 노조 출범… 차별해소 요구 기자회견

5개월·11개월 단위 계약
방학기간 월급없이 버텨야
관련 지침 있지만 무용지물

병가 일수 시·도마다 달라
학교선 미사용 조건 요구도
불안정 고용형태도 문제로


경기도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보건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방학 동안 학교에 출근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방학을 계약기간에 포함해주는 대신 정상출근을 하라는 것이다. A씨는 황당했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교육원에서 기간제 교사에 대한 14가지 차별과 고용불안 실태를 알리고, 차별 해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전국 4만7000여명의 기간제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지난 9일 출범했다.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하는 차별로 꼽은 것은 ‘쪼개기 계약’(52.8%)이었다. 노조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2일까지 기간제교사 900명(복수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쪼개기 계약은 ‘방학을 제외한 계약’을 말한다. 학교와 기간제 교사는 6개월, 1년 단위 계약을 맺을 때 정교사가 휴직을 한 기간과 기간제 교사의 계약일이 일치하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방학 기간에 급여를 주지 않으려 11개월이나 5개월 단위의 계약을 하는 것이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 10명 중 3명(35%)은 방학기간이 포함되지 않는 11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계약이 끝나버리니 기간제 교사들은 ‘무급 방학’을 보내야 한다.

정교사가 올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휴직에 들어가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경우 3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일하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7월 25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교사가 복귀하기 훨씬 전에 계약이 끝난다. 전체 계약기간은 5개월이 채 안 된다.

지침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에 따르면 ‘기간제 교원 중 담임요원이나 계약기간 만료시점이 방학 기간이 아닌 자로서 한 학기를 초과해 임용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기간 중에도 임용해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를 임의로 해석해 쪼개기 계약을 한다.

병가나 출산휴가는 기준이 제각각이거나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교육청마다 최대 병가 일수에 대한 기준이 달라 기간제 교사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계약 기간 중 출산전후휴가(90일)를 쓸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학교들도 있다.

차별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 형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지역 309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의 임용 기간별 현황(2016년 11월 기준)을 따져보면 ‘1∼2년’(48.%)이 가장 많았고 ‘4년 초과’는 11.6%에 불과했다. 노조는 “같은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근거가 될까봐 그 전에 해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