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 밀거래 포착… 中선박, 식별장치 끄고 北 입출항

입력 2018-01-19 18:40 수정 2018-01-19 21:37
중국 선박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 31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찍혔다. 아래 사진은 이 배가 지난해 9월 18일 베트남 깜빠항 근처에서 석탄을 내리는 장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카이샹호를 비롯한 중국 선박 6척의 북한산 석탄 밀수 행태를 보도했다. WSJ 캡처
美 첩보위성에 덜미 잡혀

中 반대로 ‘제재’서 빠진 6척
北에 몰래 들어가 석탄 싣고
베트남·러 등으로 가서 하역
최종 목적지 감추려 애쓰기도

美 하원, 제재 미이행 국가에
世銀 차관 공여 금지법 통과

북한에서 석탄을 몰래 싣고 베트남 등으로 운송한 중국 선박들이 미국의 첩보위성에 포착됐다. 이 선박들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된 배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석탄 밀수에 동원된 선박 6척의 불법 거래 행태를 보도했다.

이 중 글로리 호프 1호는 지난해 8월 5일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 대동강으로 들어갔다. AIS를 끄는 것은 선박 간 충돌 위험을 무릅쓰는 위험한 행위다. 해적을 피하는 경우가 아니면 잘 하지 않는 행위다. 대동강 기슭의 송림항에서 석탄을 실은 글로리 호프 1호는 이틀 후 AIS를 끈 채 북한 해역을 빠져나갔다. 이 배는 엿새 후 중국 롄윈항 근처에서 AIS를 켜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롄윈항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만 맴돌았다. 최종 목적지를 감추기 위한 눈속임이었다. 8월 15일 이 배는 중국 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글로리 호프 1호가 북한산 석탄을 최종 하역한 곳은 베트남 깜빠였다.

카이샹호는 지난해 8월 31일 AIS를 끈 채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었다. 이 배도 홍콩을 거쳐 베트남 깜빠에 도착한 뒤 석탄을 내렸다.

신성하이호는 지난해 8월 10일 중국에서 출발한 뒤 러시아에서 석탄을 선적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항 주변을 배회했다. 그러나 신성하이호는 이틀 후 AIS를 끄고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었다.

위위안호는 지난해 8월 12일 북한 원산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블라디보스토크 동남부의 항구도시 나홋카 주변 해역을 6일간 배회하다 9월 5일 사할린 홈스크로 가서 석탄을 내렸다.

이와 관련,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북한을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북한보다 더 큰 위협이 없다”며 “모든 회원국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하원은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세계은행의 저금리 차관 공여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17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정 국가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되면 세계은행의 미국 측 상임이사를 통해 해당 국가에 대한 국제개발협회(IDA) 차관 제공을 반대하도록 했다. 세계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반대하면 이사회 승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 나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이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의사소통 창구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만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