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선교 전문가 좌담] “정부는 대화로 북핵 점진적 해결… 교회는 평화 전령사 역할을”

입력 2018-01-22 00:01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오는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이뤄지더라도 남북 간 대화 기조는 유지될 수 있을까.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북한 및 통일선교 전문가 4인으로부터 남북관계 전망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교회 역할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상 좌담에는 한국 예수전도단 설립자 오대원 목사,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정지웅 코리아통합연구원장, 김규남 폴란드 바르샤바국립대 국제관계연구소 박사가 참여했다. 좌담은 지난 16∼18일 ‘2018 통일비전캠프’가 열린 서울 은평구 팀비전센터에서 개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모처럼 해빙 무드가 형성됐는데, 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를 전망한다면.

△배기찬 고문=올림픽 이후 전망을 하려면 근본 문제를 짚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북한은 현재 다소 여유가 생겼다. 핵실험 대신 국면 전환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제재도 일찍이 없던 수준으로, 북한은 상당히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던 중 남한이 평화적으로 남북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이에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해 현재의 결실이 나온 것이다. 이런 흐름을 보면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협조가 잘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남한과 북한의 요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은 금강산이든 개성공단이든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것도 지속하기 힘들어진다.

△정지웅 원장=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올림픽 이후에도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너무 핵 문제를 앞세우면 역반응을 보일 것 같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 초장부터 논하는 입구전략이 아닌 출구전략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즉 남북관계 개선 시도에 있어 비핵화에 ‘올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여전한데, 남북관계 개선이나 교류·협력이 가능할까.

△정 원장=앞으로도 핵 문제는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 폐기를 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을 전제로 남북과 북미 관계를 풀어 가면 가능성이 있다. 이후 관계가 좋아지면 점차 핵 폐기를 논의하면 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중이라도 영유아 돕기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한다면 민간교류도 활성화되리라고 본다. 다만 남북 협력을 하더라도 국민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잘 설득하며 해야 한다. 이것이 현 정부의 숙제라 본다.

△김규남 박사=동구권의 사례를 보면 당시 서방과 동구권 당사국은 평화를 논의하는 ‘헬싱키 프로세스’로 자리를 마련해 교류하며 상호 신뢰를 쌓았다. 핵 문제를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대화하려는 노력도 긴요하다고 본다. 폴란드나 루마니아처럼 북한도 언제, 어떤 식으로 정권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도 헬싱키 프로세스 같은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 상황이 기로에 선 지금, 평화 정착을 위해 한국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오대원 목사=교회는 무엇보다 ‘민족을 화평케 하는 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리·체제적으로 분단돼 있지만 정서적으로도 깊이 나눠져 있다. 교회는 남북한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치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먼저 남한 사람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교회 안에도 대북관을 놓고 좌우파가 나눠져 있다. 그럼에도 모일 수 있는 건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리심을 믿기 때문이다. 분단으로 상처 입은 남한 사람들에게 화해와 용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르치는 역할을 교회가 자임해야 한다.

△배 고문=올해를 기점으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교회가 이 기회를 잘 잡아 한반도 긴장상태를 푸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지속적 대화와 교류가 관건이다. 남한은 북한보다 경제·사회·군사·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월등하다. 이에 자신감을 갖고 북한과 교류했으면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 대다수는 아직 교류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물론 기독교인 가운데 북한에 고향을 둔 이들이 적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교회가 자신감을 갖고 대화와 교류에 앞장섰으면 한다. 교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에 의사를 충분히 밝히고 북한과 대화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 박사=1980년대 공산 치하 폴란드 교회가 내세운 기치가 ‘내적 이주’다. 육신은 공산주의 속에서 억압받으며 살고 있지만 영혼은 하나님 나라처럼 자유로운 폴란드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폴란드 교회는 10년 가까이 체제 전환을 기다리며 고난 속에서 희망을 노래했다.

그 결과 89년 공산정권 몰락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회통합을 이뤄냈다. 한국교회도 통일을 대비해 사회통합 운동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제적 수준만 통일 한국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현재 교회의 행적과 영적 수준이 통일 이후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교회 영적 수준이 통일 한국의 교회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먼저 회개하고 반성하는 일부터 나섰으면 한다.

-한국교회는 통일을 염원하지만 교회나 단체마다 대북·통일관이 다르다. 한목소리 내기가 힘들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오 목사=빌립보서 2장 2절에 ‘한마음을 품으라’는 표현이 나온다. 교회도 통일에 있어 한마음을 품어야 한다. 이념은 통일에 있어 너무 작은 문제들이다. 몇 년간 남북의 문이 닫혔다 열렸는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나 자신부터 회개하고 남북은 하나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뉴 코리아’는 향후 물리적 통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국민이 통일조국을 꿈꿀 때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문재인정부가 대북 정책을 잘할 수 있도록 축복하자. 김정은이 ‘평화의 사도’ 역할을 하도록 기도하자. 모든 역사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므로 교회가 평화를 전달하고 증거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부터 힘쓰자.

△정 원장=교계 내 보수와 진보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연합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평화통일연대도 그런 맥락에서 설립됐지만 목회자들 교단이 달라 연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단체가 아니더라도 8·15 광복절 예배나 부활절 연합예배처럼 연합할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한다. 모이는 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오 목사=예수님께서는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우셨다. 한반도에서는 북한교회가 고난을 많이 당했다. 아마 통일 이후 북한교회에서 좋은 지도자들이 나올 것이다. 통일 이후에는 한국교회가 북한 주민과 손잡고 같이 통일한국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들을 돕는 것만 신경 썼지, 통일을 배우려는 생각을 못했다. 통일을 위해선 지금부터 남한 내 북한이탈주민을 동역자로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미리 보내준 통일선교사다.

△정 원장=한국교회 내 북한 출신 기독교인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북한 토지 문서가 있다. 과거 조상 땅인데 통일되면 찾겠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를 과감히 포기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의 통일이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남한 주도의 통일이 되면 정부가 분단 이전 땅 소유주에게 실비로 보상하고 땅은 토지공개념에 따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새롭게 쓰는 게 좋을 것이다. 토지가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은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맞지 않다. 통일 이후에도 북녘 주민의 삶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앞장서길 바란다.

진행·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