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매직은 끝나고… 비싸게 얻은 교훈

입력 2018-01-21 20:52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 높아지면서 투기 광풍이 일고 있다. 수억원대 수익을 거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했더니 700만원 손실을 보고 처분한 사례도 있다.

이런 가운데 30대 초반 회사원 A씨는 금융 문외한(금알못)이지만 도전 정신과 미래를 보는 안목으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

A씨는 지난해 3∼4월부터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알아보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있는 것을 알았다. IT 및 투자 커뮤니티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3개월 동안 시장을 지켜본 후 같은해 6∼7월 경 가장 널리 알려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가 투자를 한 후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 중단,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비트코인 상장 등 주요 이슈가 터지면서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껑충 뛰었다. 2000만원을 투자한 것이 1억3000∼4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투자 수익률은 약 700%에 달한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방식은 주식과 비슷하다. 예컨대 1비트코인을 2000만원에 팔겠다고 내 놓았을 때, 누군가가 2000만원에 살 사람이 있으면 매도하는 방식이다.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 파는 투자 전략이 그대로 적용된다.

가상화폐는 현물이 없다. 코인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온라인 상에서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해킹이나 송금 실수로 인한 가상화폐 소멸도 투자 리스크 요인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거나 OTP(일회용 패스워드 생성기) 사용 등 개인의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A씨는 최근 가상화폐 폭등과 관련해 “지난해 9월쯤 중국의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머니가 들어온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고 거래량이 많았던 한국 시장이 타깃이 됐다”면서 “중국인들이 들어와서 매수세를 형성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 규제도 시장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가격을 급등시킨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외국인의 한국 내 거래 금지를 시킨 후 현금 전환이 막혀 한국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서 다른 거래소로 보내는 수요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가상화폐 거래에 있어 섬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정부 규제로 실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신규투자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처럼 투자시점을 잘 잡아서 충분히 수익을 거둔 사람이나 정부 정책에 많이 면역이 돼 있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주식시장 육성에 맞춰져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 민심을 잡고,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현정부 입장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지표가 되는 코스피와 크스닥 지수 관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말로 소비자나 투자자가 걱정이 됐다면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뒤흔들만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정책을 발표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더불어 정부를 향해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선례를 찾아서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에 맞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에 대해선 “내 옆에 있는 사람, 동료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남의 말을 듣고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 100% 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면서 충분한 가상화폐 시장 조사를 통한 장기투자를 조언했다.

김태구 쿠키뉴스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