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아빠 되고 싶지 않다”
‘20년 측근’ 김희중 수사 협조
국정원 특활비 수사 가속도
김주성·원세훈 자백도 큰 역할
김성우 前 다스 사장은
‘자수서’까지 내며 MB 옥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던 벽에 금이 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측근들이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며 이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고 있다. 그의 방패막이였던 이들 중 일부는 오히려 가장 강력한 창이 됐다.
20여년간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변심은 각종 의혹에도 침묵해오던 이 전 대통령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냈다. 김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달러로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을 잘 아는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8일 “(김 전 실장의 변심에) 개인적 어려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 저축은행에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가 수감 중일 때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출소 후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에겐 2명의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 자신이 구속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 입을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김 전 실장은 검찰 조사 전 측근에게 ‘더 이상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세 사람 중 유일하게 구속을 피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조사를 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자체를 부인했고,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구로부터 받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제외한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진술 태도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MB정부 특활비 수사가 공개수사 착수 1주일도 안 돼 혐의자 구속까지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자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정원 살림살이를 잘 아는 김 전 실장은 이번 수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 역시 이미 정치공작 혐의와 국정원 예산 사적 유용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재판에서 받게 될 형량 등을 감안해 비교적 순순히 국정원 특활비 공여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다스 설립에 핵심 역할을 한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자수서까지 내며 이 전 대통령을 옥죄고 있다. ‘2007년 검찰과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한 진술이 거짓이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답변하겠다’고 검찰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다스 설립 단계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황인호 이종선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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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18 20:42 수정 2018-01-1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