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MB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다시 들여다본다

입력 2018-01-19 05:05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오른쪽 두 번째)과 하주희 변호사(왼쪽 두 번째) 등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태영 전 국방장관 고발장을 들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은폐용 관봉’ 5000만원
국정원 특활비 확인
권재진 등 윗선 조사 불가피

“UAE 비밀 군사협정”
참여연대, MB·김태영 고발


이명박(MB)정부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민간인 불법사찰과 아랍에미리트(UAE) 비밀군사협정 의혹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현재 MB와 관련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다스 120억원 횡령 및 140억원 투자금 반환 압력,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18일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국정원에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국정원 자금의 수수 경위와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김 전 비서관이 민간인 사찰 사건에 연루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를 막기 위해 이 돈을 전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실에서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5000만원을 받아 누군가에게 전달했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명의 ‘누군가’를 규명하는 게 검찰 수사의 관건이다. 수사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사건의 실체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비서관의 직속상관이었던 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윗선’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진척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2010년 민간인 사찰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장 전 주무관 등 3명을 기소했다.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3월 “항소심 유죄 판결 후인 2011년 4월 관봉(가로·세로 띠지로 묶여 도장이 찍힌 돈다발) 5000만원을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받으면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준 돈’이라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몸통’임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기소했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의 지시·보고 체계, ‘입막음용’ 관봉의 전달 경위와 출처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은 최근 장 전 비서관과 류 전 관리관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도 조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정부가 UAE와 원전 수출 계약을 맺으며 비밀 군사협정을 체결했다는 의혹도 또 다른 뇌관이다. 참여연대와 시민 1000여명은 이날 이 전 대통령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09년 UAE와 ‘유사 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군사협정을 체결하며 국회 비준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게 고발장의 주된 내용이다.

신훈 임주언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