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북한 청년들이 본 남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18일 서울 은평구 팀비전센터에서 열린 ‘2018 통일비전캠프’의 ‘북한 바로알기’에 참여한 젊은 북한이탈주민 4명은 북한생활, 남한정착, 신앙생활 등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행사에는 여명학교 교사 이승주(34)씨, 건국대 대학원생 신명호(37) 조동현(34)씨, 평화한국 간사 이유진(35)씨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북한의 학교교육에 대해 대화하며 최근 달라진 추세를 전했다. 2004년 탈북해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이승주씨는 “최근 김정은이 교육법을 세계 추세에 맞게 개정해 북한에서도 창의융합·이공계 교육이 인기”라고 전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 국어 영어 수학을 집중 공부해야 하는 건 남북이 같았다. 북한에서 군복무를 하다 2006년 한국에 온 신씨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국영수를 열심히 공부하는 건 북한도 같다”며 “다만 성적이 상위 20%에 들어야 하고 돈과 성분이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입에 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유진씨가 설명했다. 2011년 탈북한 이씨는 “북한엔 ‘내가 공부하냐 고양이가 공부하지’라는 말이 있다”며 “고양이는 담배 이름인데 뇌물을 고이면(주면) 대학에 쉽게 입학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탈북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식량난과 한류였다. 이승주씨는 “98년 중국에 갔는데 중국인들이 남은 쌀밥을 개에게 주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과 중국 상황이 너무 달라 목숨을 걸어서라도 강을 넘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행을 결정한 경우다. 그는 “남쪽으로 넘어온 어머니 도움으로 중국 옌지에 잠시 나왔다가 남한 드라마를 접하고 이곳을 동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회를 접한 경로는 서로 달랐지만 신앙을 갖게 된 계기는 ‘기독교인의 착한 행실’이었다. 2008년 탈북한 조씨는 “중국에서 주입식으로 성경 70회독을 했다”며 “그래도 신앙이 생기진 않았지만 교인들이 확실히 다른 이들보다 진실하게 대한다는 걸 느꼈을 때 믿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상급학교 진학 위해 국·영·수 공부, 북한도 똑같아”
입력 2018-01-1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