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고 마시는 술, 결국 불행… 가족·하나님과 관계부터 회복을

입력 2018-01-20 00:01 수정 2018-01-22 11:14
픽사베이 제공.
기독교중독연구소 유성필 소장. 강민석 선임기자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세요. 그러면 마음의 짐 절반은 내려놓은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 힘들다고 말할 때 그 마음을 받아주세요. 그러면 그 누군가는 힘을 얻습니다. 중독은 욕망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깊은 절망에 대한 반응입니다.”

최근 서울 후암로 서울성남교회에서 만난 기독교중독연구소 유성필(52·사진) 소장은 알코올, 도박, 약물, 게임, 성, 음식, 쇼핑, 스마트폰 중독 등은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깊은 좌절감에서 오는 영적인 질병이라고 말했다.

“중독이 진행되면 이전에 기쁨과 행복을 느꼈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무감각해지죠. 사람들은 괴로움을 잊거나 행복하려고 술을 마시지만 결국 불행해집니다. 모든 중독의 뿌리는 가정 안에서 돌봄의 결핍으로 인한 상처가 근본적인 뿌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한국은 편의점에서 24시간 아무 때나 술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음주규제가 거의 없다며 음주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중독 문제는 사회 문제를 넘어 교회 차원에서도 주목해야 할 신앙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 예방과 회복을 위해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

“음주로 인한 한국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3조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2015년 알코올 관련 사망자가 하루 평균 13명이고 자살 사망의 위험도는 비음주자에 비해 2배가량 높습니다. 술은 개인의 건강이나 질환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그는 중독에 대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유 소장은 과거 도박중독자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가출과 탈선을 하며 어두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던 2002년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온 나카가와 애리씨를 만났다. 일본 오사카순복음교회 전도사였던 그녀와 가정을 꾸렸다.

“당시 사업에 실패해 수억원의 빚을 졌고 도박의 수렁에 빠져 있었어요. 중독의 끝에서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을 때 주님을 만났어요. 2005년 아내의 권유로 치유상담연구원의 ‘가족사랑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치유상담연구원에 입학해 신학과 상담을 공부하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는 2013년 자신처럼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많은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기독교중독연구소를 세웠다. 그가 출석하는 서울성남교회가 사역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그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남산 길 걷기였다.

“매주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세상이 줄 수 없는 많은 사랑과 은혜를 경험했어요. 중독이라는 아픔과 상처는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공통된 주제였어요. 4년 동안 매주 토요일 남산 길을 걷는 ‘회복으로 가는 길’을 인도했어요.”



매년 두 차례 12주 과정 중독회복상담학교… 3월 5일 7기 개강

그는 2015년부터 매년 2회 12주 과정의 중독회복상담학교를 진행해오고있다. 중독문제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중독 회복 사역자를 세우기 위한 학교이다. 중독 관련 전문가들을 초빙해 중독에 대한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했다. 매 기수마다 서울 부산 순천 등 전국에서 8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오는 3월 5일 ‘중독회복상담학교 7기’를 개강한다. “중독회복상담학교는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장소입니다. 나의 자랑을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곳입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중독은 모든 영적 도정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에서의 회복은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자신의 의지와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할 때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중독의 반대는 ‘관계의 회복’입니다. 나와 가족, 이웃,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십시오.”
<알코올 문제 상담기관> ◆기독교국제금주학교 02-2682-2092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02-754-1707 ◆기독교중독연구소 070-8682-1966 ◆세계십자가선교회 02-941-1226 ◆한국기독교금주운동본부 02-924-4153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