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은행에 위기설… 몸살인가 엄살인가

입력 2018-01-21 20:51

사상 최대 실적 발표를 앞둔 은행권에 위기론이 제기됐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라 커지는 시장 변동성 및 불확실성을 위기론의 근거로 꼽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와 우리·기업은행 등 2개 상장 은행의 지난해 순익 컨센서스는 11조9579억원으로 전년동기(8조8569억원) 대비 35.01%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권은 금융지주 체제로 개편된 이후 가장 높은 실적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CEO들은 실적증가에도 혁신경영에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순익 증가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최근 2년 213조)과 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고, 이러한 수익 구조가 장기화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특히 5개 주요 금융사는 올해 은행권에 대한 정부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기치로 소비자 보호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산금리, 수수료 규제 등에 따라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 정부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올리자 이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20일 만에 가산금리를 원상복구 시켰다.

여기에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9의 도입에 따른 은행 충당금 부담 증가, 정부의 고용정책에 따른 고용 확대도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 CEO들은 혁신성장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리딩뱅크를 탈환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한계차주 부실화 우려, 글로벌 자본 이동 등 우리를 둘러싼 금융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금융도 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유통, ICT 등 글로벌 비(非)금융회사들의 파괴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객을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와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위험과 기회가 혼재된 뷰카(VUCA)시대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 높은 사고방식과 변화를 앞지르는 신속 기민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주장하는 위기론이 다소 과장됐다는 견해도 있다. 외부적 시각은 물론 은행 내부에서 조차 위기론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올해도 은행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증권가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높은 수익 성장세를 기록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올해 순익이 일회성 요인 제거에 따라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를 제외한 하나금융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은 여러 악제에도 올해 순익이 2.9%∼7.3%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애널리스트는 “대출 가산금리 상승이 어렵고, 저원가성수신 비중이 정체 중이어서 작년 수준으로 올해 순이자마진율(NIM)이 오르기는 어렵다. 다만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효과 소멸, 견조한 시장금리 상승, 고수익성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에 기반해 올해도 NIM이 6∼8bp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작년 말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NIM 개선 효과는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