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금고지기는 나야 나”… 은행들 기관영업 총력전

입력 2018-01-21 20:52
은행들이 연초부터 시작한 기관영업 전쟁이 서울시금고, 주택도시기금을 거쳐 로또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면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유치가 가능하다. 또한 많게는 수십만의 고객을 한 번에 유치 할 수 있어 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현재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관은 서울시다. 서울시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향후 4년 동안 시 예산·기금을 관리할 수 있다. 서울시의 올 한 해 예산만 31조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시 공무원은 물론 유관기관 관계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유력한 수탁은행 후보는 지난 103년 동안 서울시 금고지기를 맡아온 우리은행이다. 서울시금고는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우리은행이 100년 이상 독점해왔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수탁은행 복수화 방침에 따라 이번 서울시 금고 선정에서 부금고 선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부금고 자리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서울시 금고 선정 공고는 1월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적극적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민은행에 경찰대출 사업권을 잃고,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경쟁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에 속해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내어 기관그룹으로 확대·개편, 기관 영업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총자산이 150조원에 육박하는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 선정도 치열하다. 주택도시기금은 현재 우리, 국민, 신한,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이 수탁은행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수탁은행을 6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결정해 한개 은행은 이번 선정에서 탈락할 운명이다.

서울시금고, 주택도시기금에 이어 최근 4조원 규모의 로또사업자 선정도 경쟁이 치열하다. 로또사업은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농협은행이 나눔로또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에 참여해 왔다. 현재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국민은행의 경우 나눔로또 이전 사업자였던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사업권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기관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관에 제공되는 막대한 인센티브가 개인 고객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윤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은행들이 협약기관과 일반 개인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의 평균 금리 차이는 은행에 따라 최고 2.91%p까지 벌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기관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다른 은행들이 제시하는 입찰금액이나 후원금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기관의 수탁은행이 복수화 되면서 경쟁이 자유로워 졌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수탁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과도한 출혈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