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정유업계가 올해는 비정유부문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특히 정유회사 빅4는 정유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장기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화학사업 등 비정유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새로운 기술 분야에 도전한다.
최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회사들은 2018년 경영전략 및 신년사 등을 통해 새해부터 비정유부문 성장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1위인 SK 이노베이션은 향후 회사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사업으로 ‘배터리’를 선택했다. 지난해 11월에 헝가리에 7.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규모는 충산 서산 베터리 공장의 2배 규모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차세대 동력인 화학 사업은 미국의 다우로부터 인수한 EAA(에틸렌 아크릴산)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을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시키고 고부가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 축인 배터리사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 정유사에 비해 정유 부문의 수익 비중이 높은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분야를 비롯한 비정유 부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약 5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여수 제2공장 내 착공한 GS칼텍스는 올해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부터 생산기술 개발, 수요처 개발 등 상용화 기술 개발 및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다. 휘발유와 혼합해 사용해도 연비손실이 적고, 엔진의 개조 없이도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에쓰오일 역시 비정유부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잔사유고도화컴플렉스(RUC)와 올레핀다운스트림컴플렉스(OD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잔사유 고도화’(RUC, 원유에서 가스·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값싼 기름을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설)와 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고도화 설비를 통해 건축·생활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올레핀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가 건설되면 해당 설비 가동 시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벙커유 등 값싼 중질유)를 프로필렌 및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국내 업체 중 가장 높은 현대오일뱅크는 2009년 이후 일본 코스모오일, 네덜란드 에너지기업 쉘, 롯데케미칼 등 국내외 화학업체와 합작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코스모오일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코스모 제2공장을 가동해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은 연산 142만톤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종혜 쿠키뉴스 기자 hey333@kukinews.com
배터리… 바이오케미칼… RUC… 정유 빅4 새 먹거리 찾기 집중
입력 2018-01-2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