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檢에 소환 당한 날
全 “제5공화국 책임졌던
저에게 책임 물어주시고
여타 사람에게 보복 없길”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17일 서재 성명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골목 성명을 연상케 했다. 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는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성명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낭독한 날은 1995년 12월 2일, 검찰이 12·12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혐의로 소환한 날이었다.
당시 골목 성명은 MB의 서재 성명과 논리도 비슷했다. “오늘 이 나라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믿음을 상실했다”로 시작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역사를 뒤집는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2·12를 포함한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제5공화국을 책임졌던 저에게 모두 물어주시고 이 일을 계기로 여타의 사람들에게 대한 정치보복적 행위가 없기를 희망한다”고 끝맺었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으나 이튿날 밤 구속영장을 들고 찾아온 검찰에 압송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된 직후 자택으로 돌아간 지난해 3월 12일 “모든 결과는 내가 안고 가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본인 대신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낭독했다. 네 문장으로 된 짧은 내용이었지만 자신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이명박정부에서 혹독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치적 후원자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수사를 거쳐 형 노건평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와 조카사위가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08년 12월 형 건평씨의 검찰 수사 때는 “내가 사과하면 형님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30일 검찰에 출두할 때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자택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MB “정치 보복” 성명] MB 서재성명, 전두환 골목성명과 닮은꼴
입력 2018-01-18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