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최근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입장발표문을 통해 적폐청산 같은 현 정권의 각종 조치들이 대한민국을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했고, 국민들의 생각을 빗대 표현하긴 했지만 자신과 참모들에 대한 수사가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고 정의했다. 역사 뒤집기, 보복정치, 보수 궤멸, 정치공작,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분노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나타냈다. 또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하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수사를 정치보복, 즉 정치적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자신을 직접 조사해보라는 뜻의 정치적 대응으로 읽힌다. 정치적 강수를 둔 것을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자원외교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현 정권은 물론이고 박근혜정부에서 여러 차례 감사원 감사와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 뚜렷이 책임을 물은 만한 게 거의 없었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정치댓글 사건도 검찰이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그가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간과하는 게 있다. 지금 벌어지는 두 건의 수사, 즉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집단 민원이 발생해 고소 고발로 이어진 다스 사건은 성격을 달리한다. 지금 수사 중이니 이 전 대통령이 관련됐는지 아닌지는 조만간 판단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적법하지 않은 상태로 세금이 쓰였거나 공권력이 개입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걸 정치보복이라고 치부하고 정치적 사건으로 몰고 가는 건 온당치 못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그런 점을 목격했다. 아무런 하자가 없으면 적당한 때 그대로 밝히면 된다.
이번 입장 발표가 보수 진보 진영의 갈라치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지 않아도 여권은 이 전 대통령 관련 사안을 지방선거에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보수 야당도 ‘우리가 당하고 있으니 보수여 뭉쳐라’ 식의 진영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저분한 정치 싸움, 맹목적 이념 싸움으로 자기편의 정치이익을 꾀하려는 건 국가를 망치는 행위다. 특히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나 열혈 지지층의 자극적 언사는 국민들로 하여금 그런 의심을 충분히 하게끔 만든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검찰이 잘해야 한다. 법과 원칙, 절차대로 엄정히 진행해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길 바란다. 행여 충견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또 다른 적폐로 몇 년 뒤 부메랑이 돼 검찰을 다시 만신창이로 만들 것이다. 정치권의 일부 무책임한 주장이나 무차별 의혹 제기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설] 책임을 나에게 물으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입력 2018-01-17 21:53 수정 2018-01-17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