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 보복” 성명] ‘MB 문고리’ 진술 확보한 檢 “수사로 말하겠다”

입력 2018-01-17 18:41 수정 2018-01-18 00:16

檢, 흔들림 없는 수사 자신감

최측근 김백준 전 기획관 구속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이어
다스 관련 수사도 급물살 탈 듯

자금 일부 MB에 직접 간 정황
김윤옥 여사 측에도 전달된 의혹


검찰은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복수사 주장에 대해 “법적 절차를 잘 따르겠다”며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말을 아꼈지만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검찰 나름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검찰 수사는 이미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다른 상태다.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적·사적 돈 관리를 맡아 왔던 김 전 기획관 신병 확보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사건뿐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DAS) 관련 수사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 자금 불법 수수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됐는지 등과 관련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핵심 측근 인사들의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김 전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건넨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속실장 역시 국정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 일부를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여비로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수수한 국정원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흘러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행정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전달한 정황도 포착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을 다시 불러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고리’로 꼽히는 인사들이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왔던 김 전 기획관까지 구속을 계기로 진술 태도에 변화를 보일 경우 수사는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직접 나서서 검찰을 비난하는 한편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측근들의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적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수사를 하는데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됐다고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불리함을 생각하고 저항을 한다,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체적 혐의를 반박하기보다 정치적 갈등을 부각하려 한 만큼 검찰도 수사 관련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김백준·김진모·김희중 전 비서관의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의 ‘표적·기획 수사’ 주장과 관련해서도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 미리 기획하고 방향 잡고 진행하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로드맵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특정인을 목표로 한 수사는 하지 않는다”면서 “수사는 나오는 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적 절차를 잘 따라서 하겠다”고 답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수사 흐름으로 볼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피할 수 없는 상태다. 핵심 관계자들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다스수사팀(팀장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이날 다스 협력사 IM 본사와 관계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IM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가 최대 주주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