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65) 전 MBC 사장과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17일 국정원법 및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김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했다. 그는 이미 다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부터 3년간 MB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서 제시한 방송 장악 로드맵을 실행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방송인 김미화씨를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에서 하차시켰고, 배우 김여진씨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토론자 출연을 금지시켰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 제작진 8명을 비제작 부서로 인사 조치했으며, 방영을 보류하고 제작을 중단시켰다. 김 전 사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하며 파업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 96명을 상대로 ‘요리 방법 교육’ 등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명령하는 등 노조 운영에도 불법 개입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방송장악 가담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부터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종북(從北) 좌파’로 규정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면서 이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방해했다. 원 전 원장은 방송문화예술연예계 ‘친정부화’ 전략의 일환으로 김 전 사장과 공모해 MBC에서 정부 비판적 보도를 하지 못하게 유도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MB정부 ‘방송장악’ 혐의… 김재철·원세훈 함께 기소
입력 2018-01-17 18:43 수정 2018-01-18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