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엄습했다, 가상화폐 시장 속절없는 추락

입력 2018-01-17 18:36 수정 2018-01-17 21:43

뚜렷한 이유 없이 ‘패닉 셀’
최고점 대비 반 토막
국제시세 1만 달러 선 위태

거래소 약관법 등 위반 혐의
김상조 공정위장 “조사 중”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에 잠식당했다. ‘패닉 셀’(공포심리에 따른 투매)이 이어지면서 확실한 이유 없이 최고점(6일 2533만원) 대비 반 토막 났다. 비트코인의 국제시세는 1만 달러 선을 위협받았다. 그나마 시장에서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만기일이 다가오는 데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잇따라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오전 7시30분 124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오전 7시 가격(1940만원)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30% 넘게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다 오후 7시30분 기준 126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대비 23% 낮은 수준이다. 리플,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도 전날보다 25∼30%씩 하락했다.

가상화폐 추락은 한국 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이날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9969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 CNBC방송은 한국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매도세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등에 성공해 오후 7시30분 기준 1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50%까지 치솟았던 ‘김치 프리미엄’(한국에서 외국보다 비싸게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현상)은 1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시장에선 불안심리의 원인으로 한국과 중국 정부의 ‘규제 발걸음’을 첫손에 꼽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옵션도 살아 있다”고 말한 데다 중국 정부는 개인 간 거래(P2P) 등 가상화폐의 장외거래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다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했다.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폭락장에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가상화폐 리플에 투자한 A씨(32)는 “새벽에 한숨도 못자고 차트만 봤다”며 “잠깐 잔 뒤 일어나 차트를 보니 눈물만 나오더라”고 했다. 여러 가상화폐에 투자한 B씨(30)는 “모든 가상화폐가 폭락하니 분산 투자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이달에 받은 성과급을 모두 넣었는데 폭락했다. 안 받은 셈 치고 신규 투자자가 유입될 때까지 묻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관련주도 일제히 내리막을 걸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분을 보유한 비덴트와 옴니텔 주가는 각각 17.01%, 12.92% 주저앉았다. 거래소 업비트의 지분을 가진 우리기술투자(-19.7%)도 떨어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약관법 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와 관련된) 불법행위에 대해 범정부 부처가 나서서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상화폐 투기광풍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 정도의 차이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