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지지, 긴장완화로 이어지길”… ‘밴쿠버 성명’

입력 2018-01-17 18:58 수정 2018-01-17 22:23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뉴시스

틸러슨 美국무 “쌍중단 수용 못해
北이 대화 원한다고 먼저 말해야”

정의용, 美·日 관계자와 공조 논의


캐나다 밴쿠버에 모인 주요 20개국 외교장관들은 16일(현지시간) “남북 대화를 지지하고 지속적인 긴장완화로 이어지기 바란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주도한 20개국 밴쿠버 회의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을 지원했던 국가 중심의 외교장관 모임이다.

장관들은 성명에서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해법은 필수적이고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 이상의 독자적인 제재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제재 회피를 시도하는 선박을 차단하는 데 모든 나라들이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때마다 새로운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북한이 관여와 토론, 대화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군사적 옵션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은 대화할 때”라며 “그러나 그들이 먼저 대화를 원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북·미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쌍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회의에서 “남북 대화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넘어서서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중요한 첫 단계”라면서 “그러나 아직 북한은 비핵화를 실천할 의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밴쿠버 회의를 앞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비공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와 함께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작은 희망을 봤다”며 “이 기회를 잘 살려 비핵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