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7일 실무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키로 합의했다. 회담 뒤 11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북측은 응원단 230여명, 태권도시범단 30여명을 파견키로 했다. 북측 선수단은 다음 달 1일, 대표단 등은 7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또 올림픽 개막 전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합동 문화행사를 갖기로 해 금강산 관광 재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합의 내용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다.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 남측이 제안했다. 남측 선수 엔트리 23명에다 북한 선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한 아이스하키 팬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메달권에 들지 못하면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되는 것이냐는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해가 된다.
캐나다 국적의 남측 대표팀 감독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력만 따져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수를 교체할 땐 4개 정도의 팀으로 나눠 통째로 바꾼다. 북한 선수가 들어오면 팀을 새로 짜야 하는 판국이다. 그동안의 팀워크와 전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선수 교체가 자주 이뤄져 괜찮다”는 도 장관의 발언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공정한 경쟁을 최우선하는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된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외면받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엔트리가 늘어나도 출전 가능 선수는 22명으로 고정돼 있다. 북한 선수가 들어오면 누군가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 올림픽 출전이 인생의 목표인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진배없다.
올림픽은 인간이 정정당당하게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는 무대다. 정치가 아닌 선수가 중심이 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 조성도 중요하지만 선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 정부가 선수의 꿈을 일방적으로 짓밟을 권한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치적 이유라면 더욱 그러하다. 남북이 합의한 만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소외되는 선수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책이라도 제대로 마련하길 바란다.
[사설] 누구를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인가
입력 2018-01-17 17:57 수정 2018-01-17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