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근로단축·정규직화… 비용 465조”

입력 2018-01-18 05:02

獨 컨설팅사 롤랜드버거 지적

정부 1년치 예산 웃돌아
속도조절·업종별 차등화를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16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도입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지난해보다 465조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정부 예산 428조8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안으로는 최저임금 인상폭과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조절해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세계 4대 컨설팅회사로 꼽히는 독일 롤랜드버거는 17일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가 주최한‘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회’에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중소기업의 생존력을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인건비는 늘고 매출이 줄면서 인력·경영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롤랜드버거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기업의 추가 인건비가 7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성 롤랜드버거 서울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액은 중위임금의 68%로 선진국 수준인 50%를 훨씬 웃돈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기 전에도 이미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최저임금 산정방식과 산입범위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정기준에 소비자물가지수, 임금상승률 등이 빠져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며 “선진국과 다르게 고정상여금과 숙식수당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업종별로 영업이익률이 다른데 최저임금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도 불공평하다”며 “최저임금의 산정방식과 산입범위를 재정비하고 차등적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전체 기업 매출이 323조원(중소기업 109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 수치는 52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에 기업 연매출을 곱한 단순 계산치다. 또 근로시간 16시간이 단번에 줄어들었다고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국회가 제시한 방안대로 2021년까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면 1년마다 근로시간이 5.3시간씩 줄어드는 셈”이라며 “선진국이 연평균 1시간 안팎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것과 비교해 훨씬 빠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책이 연착륙하지 못하면 인력난이 되레 심해지고 고용률이 준다”며 “당장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만이라도 노사가 합의하면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부가 정규직 전환 목표 비율인 14%를 달성하면 인건비로 약 66조1000억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