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선거 때면 혼란에 빠지는 한기총 왜?

입력 2018-01-18 00:01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치러진 제23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현장. 선거 때마다 잡음이 그치지 않아 교계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국민일보DB

오는 30일 제24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치러집니다. 선거 전부터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는데, 선거 후에도 법적 공방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전광훈 청교도영성훈련원장과 엄기호 대표회장이 제출한 입후보 서류의 인정 여부, 서울 세광중앙교회 당회장 김노아씨의 법적 대응 여부에 있습니다.

한기총 선관위는 지난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이 회원 교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교단 소속 목사인 전 원장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지난해 선거 때는 비슷한 처지에 있던 서대천 목사를 후보로 인정했는데 말이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대목입니다.

반면 “엄 대표회장이 교단추천 임원회 회의록을 수개월 전 것으로 제출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만국통상법에 서류 유효기간이 6개월이니 문제없다’며 통과시키는 허술함을 보였습니다. 이에 김씨 측은 “엄 대표회장이 당선되더라도 회의록을 문제 삼아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선거에서 자신이 배제되자 같은 방식으로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전임 대표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전 원장이 제출할 선거무효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선거는 엄 대표회장과 김씨의 양자대결로 치러집니다. 예장통합과 합동 측이 제기한 ‘이단성’ 비판에도 김씨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기총 안팎의 평가입니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까지 한기총을 탈퇴한 데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교단에 반발하는 군소교단 표심이 자금력을 지닌 김씨 주변으로 몰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립니다.

한경직 목사 등이 1989년 설립한 한기총은 내년이면 설립 30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펼치던 사업은 한국기독교 연합사업, 이단 및 사이비 대책, 한국과 세계의 복음화 사업, 남북통일과 대북한 관계 대책, 구제와 구호 및 복지입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예장통합 합동 대신 고신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침 등 주요 교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들 사업은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별다른 사업이 없다 보니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표회장 선거가 최대 이벤트가 됐습니다.

한기총이 선거만 치렀다 하면 혼란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요 교단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에서 군소교단 중심의 취약한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교단 정치꾼’들과 이단연루 인사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재정구조마저 열악하다 보니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각각 낸 1억5000만원의 발전기금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지 기독교계의 공식 대화채널로 한기총을 인정합니다. 역사성과 상징성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기독교 대표성을 획득하고, 교권을 쟁취하기 위한 일부 인사들의 무리수가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29세 청년’ 한기총의 조로(早老) 현상 앞에 한국교회는 무슨 답을 내놔야 할까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