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소통의 홀씨 이웃에게 전하세요”

입력 2018-01-18 00:01
<일러스트=이영은>
‘조정민의 sharing 365’는 특이한 잠언집이다. 먼저 내가 읽으며 묵상하고, 메시지를 적은 뒤 한 장씩 떼어내 이웃과 나눠서 한 장도 남지 않아야 비로소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탁상 달력이나 메모지처럼 보이는 ‘조정민의 sharing 365’(두란노)는 뭐라 딱 정의하기 어려운 책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이웃과 소통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언제든 뜯어 쓸 수 있는 잠언집이라고나 할까.

종이 덮개를 열면 세련된 디자인, 양질의 종이가 눈길을 끈다. 각 장마다 ‘권력은 나보다 강한 것을 섬기고, 사랑은 나보다 약한 것을 섬깁니다’ 같이 두 문장을 넘지 않는 짤막한 글귀가 영어문장과 함께 적혀 있다. 뒷면엔 메모할 공간이 있어 누군가에게 건네기 좋게 만들었다. 이런 시도는 SNS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온 조정민(68·사진) 베이직교회 목사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두란노서원에서 만난 조 목사는 “한국교회는 메시지를 어떻게 딜리버리(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목회자는 ‘말씀은 선포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종교적인 언어를, 일방적인 화법으로, 청중에게 설교가 어떻게 전달될지 의식하지 못하고 전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당시 선생으로 불렸던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종교적 언어로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 조 목사는 “예수님이 가르치는 내용도, 티칭의 태도나 세팅도 당시 랍비나 서기관 율법학자들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당대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방법을 가르치던 이들과 달리 ‘이유’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종교인이 가진 프레임 전체를 뒤엎었다. 사용하는 언어도 달랐다. 조 목사는 “예수님은 아람어를 쓰면서 시장의 언어를 사용했고 모든 예화의 소재를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 25년간 MBC 기자와 앵커로 살면서 체화된,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자연스레 발휘됐다. 그동안 썼던 책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글을 골라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경계선에 있는 신자들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로 다듬었다.

여기에 각 장마다 QR코드를 심어 SNS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누구보다 SNS를 통한 전도 효과를 잘 안다. 베이직교회에는 온라인 설교, SNS 메시지를 접하다 찾아온 이들이 많다. 불신자뿐 아니라 가톨릭교도나 불교도 등 타 종교인이 적잖다.

조 목사는 “복음은 그 자체가 탁월해서 제대로 전달만 되면 자석처럼 끌려올 수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몰라서 필요 없다고 하던 이들도 자꾸 듣다 보면 결국 복음만이 답이며, 본인이 찾고 원하던 것이 복음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고 했다.

일상에서 크리스천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면 좋을까. 조 목사는 “교회 안에서 오래 지낸 성도일수록 종교적 언어에 익숙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80%는 기독교인이 아님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 입은 닫고, 상대방이 입을 열도록 먼저 들어주라”고 했다.

고민을 듣고 우리가 들려주는 말은 세상의 것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조 목사는 “내가 크리스천인데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더 열심히 추구해서 이만큼 얻었다는 게 아니라 세상을 거스르며 살면서 삶 속에서 해결된 간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지역 8개 명문 사립대학)에 진학하고, 남편이 주식으로 돈을 벌어 행복한 게 아니라 아이는 대입 삼수를 하고, 남편은 실직했는데도 웃을 수 있는 다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진짜 생명체는 늘 거슬러 올라가며, 떠내려가는 것은 모두 죽은 것”이라며 “교회는 세상이 가는 것과 반대로 가야 하고, 그렇게 거스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그런 점에서 이 잠언집이 새로운 복음의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나만 볼 게 아니라 매일 읽고 누군가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일 년 뒤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아야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