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남북 단일팀 구성 올림픽 임박한 상황서 나와 충격적”

입력 2018-01-16 23:39 수정 2018-01-17 21:09
사진=뉴시스

“만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바란다.”

새러 머리(30·캐나다·사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대표팀의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이끈 머리 감독은 지난 12일 선수들을 한국으로 보낸 뒤 미네소타에서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즐기고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머리 감독은 최근 정부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준비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북한이 합류한다면 연습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을 구성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우리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것이다. 올림픽을 목표로 연습했는데 늦게 합류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박탈감도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머리 감독은 “이런 것들이 정치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과 북한처럼 분단된 국가가 하나의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단일팀 구성에 대한 취지엔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선수 10명을 합류시키는 것은 문제다. 2∼3명 정도 팀에 합류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협조를 구해 엔트리를 35명으로 늘려 북한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끼워넣는 방안을 추진한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금메달 전략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우리 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23명인데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의 쿼터(인원 수)를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협의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계에선 정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평창올림픽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