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코스닥… ‘바이오 천하’ 넘어 5G·전지로 열기 확산

입력 2018-01-17 05:01
코스닥지수가 16일 901.23으로 마감했다. 제약·바이오 종목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2차전지 관련 종목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2002년 3월 29일(927.30) 이후 15년9개월여 만에 900 고지에 올라섰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코스닥 종가지수가 찍힌 전광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현규 기자


900 뚫은 코스닥 안팎

외국인·기관 매수 힘입어
반도체·전기전자 껑충
셀트리온·헬스케어 하락

정부 대책·실적 기대감
15거래일만에 22% ↑
단기간 급등… 버블경계령도


코스닥지수가 15년9개월여 만에 900 고지를 돌파했다. 2000년대 ‘닷컴 돌풍’ 이후 코스닥 시장에 ‘제2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바이오 업종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 일부에선 거품 논란도 제기한다.

코스닥지수는 16일 전 거래일보다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으로 마감했다. 2002년 3월 29일(927.30)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495억원 순매수)과 기관(717억원 순매수)이 지수를 이끌었다. 개인은 979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급등세를 이끌었던 대형 바이오주가 약세를 보였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2차전지 관련 종목이 크게 오르며 지수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0.74%)과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1.37%)가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반도체(3.27%) 일반전기전자(3.25%) 기계·장비(3.00%) 업종이 나란히 3% 이상 상승률을 보였고, 화학(2.88%) 디지털콘텐츠(2.60%) 통신장비(2.59%) 음식료·담배(2.50%) 통신서비스(2.28%)도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조정 국면이 끝난 지난달 21일 이후 거침없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5거래일 만에 21.74%나 올랐다. 고공비행의 배경에는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이 있다. 여기에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좋은 실적이 예상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5% 더 오를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는 1996년 7월 1일 100포인트로 첫발을 뗐다. 진입 요건을 낮춰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코스닥 출범 목표였다. 세계적으로 ‘닷컴 붐’이 일자 코스닥지수는 정보통신(IT) 관련 상장사를 중심으로 폭발적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00년 3월 10일 2834.40을 찍기도 했다.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코스닥지수는 긴 침체기에 빠졌다. 2004년 지수가 40포인트까지 떨어지자 첫 시작점이었던 100포인트를 1000포인트로 재산정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최저치인 261.19까지 추락했었다. 17년간 ‘빙하기’를 거치고 올해에서야 활력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은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이오·제약 쏠림 현상이다. 현재 바이오·제약 업종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이른바 ‘셀트리온 3총사’ 의존도가 심각하다. 지난달 22일 이후 코스닥지수 상승률(21%)에서 셀트리온 3총사의 기여수익률을 빼면 상승률이 2.65%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거품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매출액 1조8000억원인 일본 제약회사 다케다의 시가총액이 47조원인데 매출액 8000억원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45조원”이라며 “그만큼 투기성 자본이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기업 실적 전망치가 나온 이후 기업 자체에 대한 호재가 나온 것은 없는데 단기간에 너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승 흐름이 다른 종목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마주옥 투자전략팀 리서치센터 팀장은 “석유화학 등 실적이 좋으면서도 많이 오르지 않았던 종목으로 투자 열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