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솥밥 먹던 현정은 회장 고소 왜

입력 2018-01-16 21:04

현대상선이 직전 모그룹 총수였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격해질 조짐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였지만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2016년 8월 분리됐다. 두 회사 건물은 지금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마주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16일 현 회장 등 현대그룹 전 임원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혐의 관련 금액은 1949억원이다.

현대상선은 2014년 자사가 대주주(지분 47.7%)였던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로지스틱스)를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현 회장 등 피고소인들이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게 고소의 요지다. 현대상선이 현대로지스틱스에 단독으로 후순위 투자(1094억원)를 하고 영업이익을 보장(연간 161억5000만원)하는 내용의 ‘악성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당시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산 매각 등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 등 적법 절차를 거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했는데 뒤늦게 계약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의 주채권 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강경한 태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 장진석 준법경영실장(전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소 전 산업은행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배임에 의한 피해는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은행 입장”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