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민간지원은 북한의 문 여는 열쇠”

입력 2018-01-17 00:03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왼쪽 두 번째)이 16일 서울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평화통일연대 신년하례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새 비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대북 민간지원은 통일한국을 대비한 미래 투자로 삼아야 하며, 통일 이후 한국교회는 북한에 ‘지역 복지관’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종화 평화통일연대(평통연대) 이사장은 16일 서울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평통연대 신년하례회에서 “대북 민간지원은 북한 주민을 통일 핵심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날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새 비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그는 “남북한 평화공존은 통일을 여는 마중물”이라며 “분단 현실에서도 남북이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반도에 통일이란 결과물을 길어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국교회가 이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기독교의 중심 파트너는 북한 정부나 체제가 아닌 북한 주민”이라며 “전 세계 독재 정권 가운데 무력으로 붕괴된 경우는 없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길 원한다면 민심을 북돋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민심을 얻기 위한 핵심요소는 민간지원이며 이것이 민심을 움직여 결국 체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이 북한의 문을 여는 열쇠임을 한국교회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한국교회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을 북한 나름의 교회로 인정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조그련이 한국 기독교와 다른 형태인 건 분명하지만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가짜라고 단정지어선 안된다”며 “조그련이 북한 현실에서 참된 교회가 되도록 주님의 역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 북녘 땅에 세울 교회는 초교파로 세우되, 마을마다 ‘지역 복지관’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에는 명목상이지만 보건소, 탁아소 등 복지시설이 마을 단위마다 있다”며 “남한처럼 대형교회 짓는 건 당장 북한 현실에 맞지 않을 테니 통일 이후엔 한국교회가 이들 시설을 지원해 ‘복지 지향형 교회’로 북한 복음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 이후 한국교회가 중국·일본 교회와 연합해 아시아 복음화 및 평화 구축에 적극 나설 것도 주문했다. 박 이사장은 “남북이 통일하면 동북아 내 평화 분위기가 조성돼 복음선교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동북아 3국 중 한국이 기독교 강대국인 만큼 이들 국가 교회와 연대해 아시아 복음화와 평화를 일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자”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