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막 전날 강릉서 ‘삼지연’ 첫 무대… KTX 타고 서울로

입력 2018-01-16 18:30 수정 2018-01-16 22:05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이 지난해 1월 3일 새해맞이 공연을 하는 모습.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삼지연관현악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무용수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관현악단이 삼지연악단의 확대개편된 형태인지는 정확지 않다. 조선중앙TV 캡처
미리 보는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올림픽 개막 축하 전야제 성격
장소는 ‘강릉아트센터’ 유력
육로 이동 거리 400㎞ 넘어
우리 국민과 접촉 기회 많아

북한군 귀순때 총성 울린
판문점 경유… 선전효과 노린 듯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공연에 나서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우리 측 지역에서 육로로 이동할 거리는 400㎞가 넘는다.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평창과 강릉, 서울을 들른 뒤 다시 판문점을 거쳐 북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대규모 북측 인원이 남측에서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동거리가 긴만큼 이들이 우리 국민과 접촉할 기회도 비교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첫 공연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인 다음 달 8일 강릉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개막을 축하하는 전야제 성격의 공연이다. 공연장은 무대 규모를 고려하면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다. 악단의 이동 경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공연장 상황을 점검하고 최종 리허설을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공연 2∼3일 전에는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평양∼개성고속도로를 타고 판문점으로 내려온 뒤 MDL을 넘는다. 이후 우리 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평창과 강릉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은 강릉에서 2차 공연이 열리는 서울까지는 KTX를 이용하자고 북측에 제안한 상태다.

14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통과하는 건 근래에 없던 일이다. 남북은 1985년 고향방문단과 예술단 등 151명 규모의 교환방문단을 각각 꾸려 판문점을 통해 왕래토록 한 바 있다.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북으로 갈 때도 판문점을 경유했다. 하지만 2003년 11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가 개설된 이후에는 남북을 오가기 위해 굳이 판문점을 통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시기 이후 판문점은 무단 방북자가 남측으로 돌아오는 통로로 주로 쓰였다. 2012년 7월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 귀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로가 아닌 판문점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 인원들이 남측에서 도시 간 이동을 하는 것도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선수단 221명과 응원단 306명은 고려항공편으로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다시 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북측 선수와 응원단이 경북 예천에서 경기를 마치고 대구로 이동하던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비에 젖는 모습을 보고 격렬히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서양 클래식 음악과 우리 민요를 중심으로 선곡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전신으로 추정되는 ‘삼지연악단’은 2016년 11월 어머니날 경축공연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유 레이즈 미 업’ 등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과 팝음악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새해 경축 공연에서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